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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긴 호흡 필요한 타임오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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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긴 호흡 필요한 타임오프제

입력
2010.06.2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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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면제 제도, 이른바 타임오프제를 둘러싼 노ㆍ사ㆍ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시행을 며칠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임에도 몇몇 사업장을 제외하곤 유급 노조전임자에 대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단체협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경우, 실질적 협상은 한 차례도 갖지 못한 채 노동조합에서 조정을 신청한 상황이며, 현대제철 등 다른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도 별다른 진전 없이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

자율 한계 넘어선 '노조전임제'

노동계는 타임오프제의 불합리성을 강하게 비난하며 기존 전임자 규모 유지와 처우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타임오프제가 허용하는 수준으로의 축소를 주장하며 협상에 소극적이다. 정부는 세세한 내용을 규정한 매뉴얼을 내놓으며 타임오프제의 철저한 시행을 강조하고 있다. 제도 도입 이전부터 예견된 갈등이었지만, 일부 사업장의 문제가 자칫 전체 노사관계의 안정 기조를 깨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타임오프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라는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혹자는 이를 노사 자율에 맡길 문제라고 하지만 원론적 인식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에서처럼 노사 자율에 맡기기에는 그 불합리성의 정도가 매우 지나쳤다. 대규모 노동조합의 경우, 노조전임자의 수는 필요 이상으로 많았고, 지급되는 임금도 통상 임금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1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나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조차 없었으니 노동조합도 할 말을 찾기 힘들게 됐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유급 대상 업무와 시간 한도를 골자로 하는 타임오프제가 도입됐다. 대상과 시간을 모두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오랜 동안 고착된 불합리성의 정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용상 한계에 대한 지적 역시 경청해야 하나, 이것이 기존 관행으로의 회귀를 정당화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타임오프를 둘러싼 당장의 갈등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갈등이 우리 노사관계의 건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ㆍ사ㆍ정 모두 긴 호흡으로 타임오프제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은 전임자 축소라는 당장의 피해에 매몰되기 보다는 자주성과 내부 민주주의를 다질 수 있는 계기로 바라보아야 한다. 노동조합은 자주적인 결사체이기 때문에 그에 걸 맞는 재무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대규모 노동조합은 충분한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약간의 조합비 인상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통상 조합원이 부담하는 조합비는 임금의 1~2%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부담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노동조합 활동가의 책임 의식도 희박하게 만든다. 이번을 계기로 노동조합활동의 효율화를 꾀하되 조합원의 재정 부담을 늘려 조합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노사 기본은 당사자 자치주의

경영계도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 타임오프제는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전략적 도구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회복시키고 건강한 긴장감을 형성해 담합적 노사관계를 불식시키는 기반이다. 당장의 유ㆍ불리함에 사로잡혀 성실한 협상마저 외면한다면 상호간에 불신만 깊어질 것이다. 오히려 노동조합의 투쟁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득 될 것도 없다. 정부 역시 제도 운용에 있어 과도한 개입을 삼가야 한다. 매뉴얼에 담긴 세세한 지침은 현장에서 적용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제도의 복잡성을 높여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타임오프제가 노동조합운동의 자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데 있다면, 시간 한도만 규율해도 충분하다. 대상 업무나 사용 방식에 대해서는 법 규정 안에서 최대한 넓게 해석함으로써 노사관계의 기본 원리인 당사자 자치주의가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해야 한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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