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그 동안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좋은 기회를 십분 활용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적지 않다. 우선 과감성 부족한 아쉬움이 있다. 주가 상승기에는 과감한 투자자가 돈을 버는 법이다. 중국은 유례없는 활황기를 구가하고 있다. 집과 자동차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월급도 크게 오르고 있다. 농민들도 땅값 상승과 토지보상금으로 호주머니가 두둑하다.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중국이 세계의 시장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머뭇거리지 않는 보다 과감한 비즈니스가 요구된다. 중국은 리스크가 많다고 너무 재다가는 아무것도 못 한다. 그렇게 리스크가 많다면 중국 기업들은 어떻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겠는가.
과감한 결정, 신속한 시스템
다음으로 의사결정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의사결정은 후방인 한국의 본사에서 이루어진다. 파견 직원들의 최대 애로는 비즈니스보다 내부 설득이다. 중국인 말단직원은 한국인 상급자를 설득해야 하고 한국인 직원들은 본사를 설득해야 한다. 외부 전투 이전에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 지쳐 버린다. 직원들은 완벽한 보고서를 위해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에서 비핵심적 자료까지 수집해 정리한다. 한국 기업 직원들을 만나본 중국인들은 다시 만나기를 꺼린다고 한다. 중요하지도 않은 자료를 잔뜩 요구하고서는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관료화되어 왔다. 이는 중국진출 기업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관료주의 국가 중국의 비즈니스에서 관료주의적 경영시스템은 최대의 적이다. 중국어와 현지 실정에 익숙치 않고 네트워크도 변변치 않고 의사결정권조차 갖지 못한 샐러리맨 파견직원들이 어찌 국유기업, 사영기업, 구미기업 경영자들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중국 비즈니스는 오너 비즈니스다. 오너 아니면 결정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오너 수준으로 권한을 이양하거나 오너가 중국에 상주해야 한다.
빠른 결단과 행동이 요구된다. 중국인은 더 이상 만만디가 아니다. 중국인들은 한국기업 직원들과 답답해서 비즈니스를 못하겠다고 한다. 너무 미적거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인들에게 하던 말을 이제는 우리가 듣고 있다. 양국 비즈니스 스타일이 역전된 것 같다. 친구가 되고 나서 비즈니스하는 습관, 만만디 등 과거 중국인의 이미지를 우리는 스테레오타입으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변했다.
다음으로 인적 현지화가 절실하다. 한국기업은 상층부에 한국인들이 있고 조선족과 한족이 아래에 있다. 주류사회에 속하지 못한 조선족 하급 직원들과 직급 낮은 한족 직원들은 능력 발휘에 한계가 있다. 핵심은 유능한 상위직급 한족 직원이다. 구미계 기업들은 미국에서 교육받은 엘리트 중국인을 책임자로 파견하고 전권을 부여한다. 한국기업의 현지화는 고작 조선족이나 한국유학 중국인 하위직 직원 정도이다. 그나마도 승진의 한계로 우수 직원들을 계속 보유하기 어렵다.
'朋友 경제'를 적극 활용해야
현지 실정에 맞는 원칙과 기준을 정해야 한다. 중국은 '붕우(朋友)경제'다. 고급정보는 친구 사이에서 유통된다. 그러나 친구 사귀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중국기업 고위 간부들은 고급식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한국 직원들은 접대비 한도에 묶여 근사한 식사대접도 어렵다. 충분한 경비를 쓰는 현지인도 좋은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데 외국인이 경비까지 부족하면 더 어렵다. 중국 비즈니스는 짜게 굴면 안 된다. 급성장 경제의 기업경영은 기회포착 능력이 정교한 관리시스템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외부에 조력자가 많아야 한다. 한국기업은 이 점에서 매우 취약하다. 투명 경영만 강조하다가는 친구들이 떨어져 나가며 이는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다. 현지 실정에 맞는 원칙과 기준을 제정해 직원들의 가치관 혼란과 무력감을 해소해야 한다.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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