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략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공개 비난해 파문을 일으켰던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이 23일 결국 옷을 벗었다.
이날 백악관에서 매크리스털 사령관과 20여분 독대한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 참모들과의 협의를 거친 뒤 “사령관으로서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그의 경질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이 결정이 “개인적인 모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고 해 ‘설화’ 파문이 안보팀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아프간 전략과 관련해서도 “인적 교체일 뿐”이라며 “사령관 교체가 아프간전 정책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해 기존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후임 사령관으로는 매크리스털의 2명의 직속 상관 중 하나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57) 중부군 사령관이 아프간 주둔 사령관을 겸임토록 했다. 사령관 교체에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아프간 전략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퍼트레이어스에 “기대감”을 표시해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관심은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의 아프간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눈에 띄는 전략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퍼트레이어스는 중부군 사령관으로서 매크리스털의 대대적인 대테러 작전을 추인했고, 탈레반 섬멸보다 민간인 보호를 더 중시하는 것에서도 둘은 시각이 일치한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브루스 리들 연구원은 “퍼트레이어스는 매크리스털의 전략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아프간 전략의 건축가”라고 비유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계급상 상관인 퍼트레이어스를 낙점한 것은 이런 점을 감안해 사령관 교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퍼트레이어스는 중부군 사령관으로서 아프간을 수시로 방문해 매크리스털 못지 않게 아프간 정부 인사와의 이해의 폭이 상당히 깊고, 이 점은 카르자이 대통령도 인정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르자이 대통령의 이복동생이자 칸다하르주(州) 주의회 의장인 아메드 왈리 카르자이와 만나 이달 말 예정된 칸다하르 대공세와 관련해 협의를 갖기도 했다. 특히 파키스탄, 이라크 등 중동권 국가에 대한 ‘거시적’ 안목은 매크리스털보다 뛰어나 주변국들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이다. 미 국내적으로도 매크리스털이 노골적으로 비난한 리처드 홀브루크 파키스탄ㆍ아프간 특사를 비롯한 미 행정부 인사들과의 관계도 좋다. 다만 이번 설화파문에 연루된 매크리스털의 참모진이 적지 않아 새 사령관 부임에 따른 내부 인적 쇄신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2월 대대적인 공습 이후 이렇다 할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마르자 지역을 장악하는 것과 탈레반의 최대 거점인 칸다하르 대공세가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가 퍼트레이어스 앞에 놓인 숙제이다. 아프간전 개전 이후 최대 작전이라 불렸던 마르자 공세는 아프간 정부군의 무능과 의지력 부재를 드러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언한 내년 7월 아프간 철군 개시 일정에까지 불안감을 던지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는 공화당의 2012년 대선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정치 거물이기도 하다. 그가 내년 철군을 앞둔 아프간전의 ‘뒷정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자신의 명암도 갈릴 전망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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