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계에 강력한 대형 호재가 등장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올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과업을 달성하면서 월드컵 마케팅에 힘을 쏟았던 산업계가 '16강 효과'에 들썩이고 있다. 23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민간 소비 지출과 국가 브랜드 상승 효과 등을 포함한 이번 16강 진출의 경제적 효과는 4조3,25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대표적 수혜자는 3회 연속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현대ㆍ기아차.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6조원,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16강전까지 7조원, 월드컵 전체 기간에 10조원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본 현대ㆍ기아차는 이번 대회 후원으로 15조원에 이르는 효과를 얻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전세계 시청률과 시청인원, TV 중계국가, 각 국가의 월드컵 광고단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 결과다. 월드컵 마케팅에 5,000억원을 투자한 현대ㆍ기아차는 이로써 비용의 30배에 이르는 광고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박지성 등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업체의 판매 신장률도 눈에 띈다.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을 3D TV 광고 모델로 내세운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3D TV 판매가 전주 대비 매주 30% 이상씩 늘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들어설 박지성 유소년 축구센터의 건립ㆍ운영 공식 협력사인 GS칼텍스 역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GS칼텍스는 4월부터 박지성이 어린이축구단의 감독이 된 상황으로 설정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어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16강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응원 특수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광장뿐 아니라 서울 삼성동 강남대로 등으로 거리 응원전이 대대적으로 확산되면서 유통업계가 큰 이익을 챙겼다. 특히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나이지리아전의 경우 경기가 새벽 시간에 열려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 업계의 매출이 크게 올랐다. 보광훼미리마트 전국 4,800여 점포의 23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매출은 전주보다 123.8% 증가했다. 거리 응원이 펼쳐진 행사장 인근 점포 20여곳은 맥주, 도시락, 생수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30배 이상 올랐다.
같은 시간대 서울광장과 영동대로 주변의 GS25 5개 점포의 매출은 지난 주보다 30배 이상 늘었다. 상품별로는 맥주가 전주 대비 300배, 안주가 100배 이상 매출이 급증했다.
특히 유통가는 응원전 열기에 생각지 못한 의외의 아이템까지 함께 인기를 끌면서 한껏 들떠 있는 분위기다. 길거리 응원을 나온 젊은 세대의 의상 노출 수위가 높아지면서 빨간 속옷이 인기를 끌고 있고, 남성 직장인 사이에서는 빨간 넥타이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일모직 갤럭시는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협찬한 빨간색과 남색의 사선 무늬가 있는 2색 레지멘탈 타이에 승리를 이끌었다는 의미로 '두 골 타이'라는 별칭을 붙여 인기몰이 중이다.
젊은 여성들의 거리 응원전 참여로 손톱을 꾸미는 매니큐어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의 1~22일 매니큐어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신장했다.
하지만 이번 16강 진출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업종도 있다. 월드컵 16강 이벤트를 기획한 기업들과 상금보상보험 계약을 맺은 손해보험사들은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게 됐다.
상금보상보험은 경기결과에 따라 각종 경품을 내건 업체들이 이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손해보험사에 가입하는 보험. 2002년 월드컵과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선수단이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보험료 수준이 높아진 탓에 이번 월드컵에서는 기업들의 보험가입이 비교적 저조한 편이지만 일부 가입업체들은 이번 16강 진출로 보험금을 받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에서 메리츠ㆍ한화ㆍ롯데손보 등 6개 손보사가 15개 업체로부터 받은 보험료는 총 12억4,000만원. 이날 16강 진출로 보험금 6억3,000만원이 지급됐고 앞으로 8강 진출시 23억2,000만원, 4강 때는 5억2,000만원이 추가로 지급될 예정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8강 이상 성적이 날 경우 손해가 커지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한국팀이 계속 승리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효과로 연결될 수 있어 26일에 있을 16강전에도 큰 기대를 품고 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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