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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조두순 사건' 은폐·양천署 가혹행위 사건 뒤엔 경찰大 출신들 과도한 경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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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조두순 사건' 은폐·양천署 가혹행위 사건 뒤엔 경찰大 출신들 과도한 경쟁이…

입력
2010.06.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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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출신이 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제2 조두순 사건' 관련 허위보고 및 은폐 시도, 양천경찰서의 피의자 고문 의혹 사건 때문이다. 경찰의 조직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이들 사건의 중심 즉 지휘계통에 경찰대 출신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제2 조두순 사건의 수사책임을 맡은 영등포서 형사과장은 경찰대 4기, 강력 7팀장은 15기 졸업생이다. 영등포서 형사과장은 제2 조두순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 가족이 사건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서울경찰청에 허위 보고하는 바람에 서울청이 비공개 지침을 내려 사건 은폐 비난을 받았다. 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양천서 강력 5팀 형사들의 지휘선상에 있는 형사과장은 경찰대 3기, 서장은 1기다. 고문을 받았다는 피의자들은 윗선의 개입ㆍ묵인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어 두 사람은 관리책임뿐만 아니라 연루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문제는 경찰명예에 먹칠을 하고 있는 두 사건에 경찰대 출신이 지휘관으로 관여된 게 단지 공교로운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게 경찰 안팎의 시각이다. 중상층 지휘계통에 자리잡은 경찰대 출신간의 과당경쟁과 엘리트 의식, 그리고 실무경험 부족이 맞물려 빚어지고 있는 사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25년 경력의 A (44)경사는 "경찰 업무는 매우 복잡해서 경험을 토대로 판단해야 할 때가 대부분인데 영등포서 형사과장의 허위보고와 사건은폐 시도는 경험부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험이 많은 관리자였다면 곧 드러날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영등포서는 제2 조두순 사건의 증거수집 등에서도 미숙한 실수를 거듭하는 등 지휘자의 경험부족을 드러냈다. 영등포서 관계자조차 "사건을 숨길 이유도, '부모가 공개하길 강하게 반대한다'고 거짓말할 이유도 없었다"며 "이런 경우 사회적 대책 마련의 기회로 삼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결국 피해자 2차 피해 방지라는 자신의 판단에만 사로잡혀 사건을 보는 시야가 좁았다는 얘기다.

전ㆍ현직 하위직 경찰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의 전경수 회장은 "일반대학 출신 경찰관들이 다양한 시각을 갖는 데 반해 법학, 행정학 전공만 있는 경찰대 출신은 단순한 시각을 갖고 용의자나 피해자들을 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985년 이후 매년 120명의 간부를 육성하다 보니 경찰대 출신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부작용이 나타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일선서 31개 중 경찰대 출신 서장과 형사과장은 절반을 웃돈다. 경찰대 출신들 사이에 동기보다 먼저 승진하기 위해 실적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양천서의 경우 올 2월 경찰대 출신 서장의 독단으로 강력사건에 비해 실적점수가 낮은 형사계 계장을 없애는 대신 강력계장을 둘로 늘렸다. 실적을 높이겠다는 발상으로 강력계장이 둘인 곳은 양천서가 유일하다. 경기경찰청 지령실에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경찰대 출신 과장이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사건 발생건수를 줄이라고 지시해 좀도둑 등 비교적 경미한 사건은 덮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경찰대 출신 간부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찰대 출신 서울청의 한 간부는 "최근에 빚어진 사건에 대한 부정적 결과만을 가지고 경찰대 출신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영등포서와 양천서 형사과장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양천서 형사과장이 승진이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실적에 많이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대 출신에 대한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실무경력이 전혀 없는 경찰대 졸업생이 일선서의 팀장을 맡으면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하위직과 20여년 전부터 마찰을 빚어왔다. 경찰 내부에서는 '관리직은 경찰대, 하위직은 비경찰대 출신이 맡는다'는 불만이 공공연하고 이는 경찰대 폐지론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무궁화클럽은 영등포서의 허위보고 및 은폐시도와 양천서의 피의자 고문 논란에 경찰대 출신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며 24일 경찰청 앞에서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의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문성호 경찰개혁시민연대 회장은 "1980년대만 해도 저학력 경찰이 많아 엘리트 경찰 육성 명목으로 경찰대가 설립됐지만 이제는 순경도 대부분 대졸이라 존재 이유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허정헌기자

이성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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