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들의 본회의 부의 문제를 놓고 여야간 대립각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가 본회의 부의를 위한 서명 작업에 착수하자 민주당은 "수정안은 이미 폐기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50여명은 23일 부의요구서에 서명했다. 부의요구서 제출(국회법 87조)에 필요한 의원 30명을 넘어선 것이다. 친이계는 이번 주말까지 추가로 서명을 받은 뒤 부결된 법안들이 보고되는 28일 본회의에서 부의요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은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의 찬반 입장을 묻는 표결을 통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국회는 서울에 있는데 총리와 주요 부처 장관들은 150 ㎞ 밖에 떨어져 근무하는 것이 과연 잘된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모든 부작용과 비효율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나 "세종시 후속 조치를 위한 절차가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친박계 서상기 의원도 본회의 부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운찬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세종시는 국가 백년지대계로 깊은 성찰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국가적 사안인 만큼 국회법에 따라 전체 의원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마지막 국회 결정까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신중하게 판단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즉각 본회의 부의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상임위 부결은 한나라당이 자책골을 넣은 것이고, 본회의 부의는 몰수패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파부침선(破釜沈船ㆍ싸움을 앞두고 밥솥을 부수고 배를 가라앉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의 각오로 제대로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정 대표는 이날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도 "세종시 수정안은 폐기됐지만 청와대와 대통령 측근들이 해괴한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이런 못된 발상을 단호히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수정 법안들의 본회의 부의에 대비해 당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 출장 금지령을 내렸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이날 "만일 여당이 (수정안을) 본회의 표결로 몰고 간다면 이 정권의 정치적 자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여야 대치 속에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이 정치적 소견을 국민과 역사 앞에 떳떳이 밝히는 것은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법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수정 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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