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피스는 우리에게 맡겨라.'
미드필더 기성용(21ㆍ셀틱)과 수비수 이정수(30ㆍ가시마)가 환상의 콤비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벌써 세트피스 상황에서만 2골을 합작,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결정적으로 견인했다. 영양가도 만점이다. 기성용과 이정수의 월드컵 첫 합작골은 그리스와 1차전 선제 결승골로 연결됐고, 나이지리아전에서의 1-1 동점골은 16강의 희망을 밝혔다. 특히 기성용과 이정수의 완성도 높은 세트피스 득점은 이전에 한국 대표팀이 자주 연출하지 못했던 장면이라 의미가 크다. 한국은 현대축구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해 세계무대의 벽을 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기성용과 이정수의 세트피스 콤비가 '허정무호'의 가장 위협적인 공격 루트가 될 조짐은 이전부터 감지됐다. 이정수가 2009년 9월5일 호주와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었을 때도 기성용의 프리킥이 발단이 됐다. 기성용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올려준 프리킥이 김정우(광주상무)의 발을 거쳐 골에어리어 왼쪽에 있는 이정수에게 연결됐고, 이정수는 이를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2009년 11월 덴마크와 영국에서의 친선경기 때에도 둘의 호흡이 갈수록 들어맞으며 완성도를 높여갔다. 월드컵 장도에 오르기 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도 기성용과 이정수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다. 벨라루스와 스페인전에서 이 콤비는 골을 성공시키진 못했지만 위력적인 세트피스 호흡으로 상대방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꾸준한 세트피스 훈련은 남아공월드컵 본선무대에서 결실을 맺었다. 기성용의 프리킥이 떨어지는 위치를 이정수가 정확히 포착해 상대 골네트를 연거푸 가른 것. 이들은 경기 전에 "오늘은 우리의 세트피스가 얼마나 맞는지 보여주자"고 다짐하며 전의를 불태우곤 한다. 한국이 예선 3경기에서 터트린 5골 중 3골이 세트피스로 마무리됐다. 따라서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도 기성용과 이정수 콤비의 활약이 '승부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더반(남아공)=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