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습하고 침침했던 지하 공간이 새로워지고 있다. 생활공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상에서 지하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24일 밤 9시 50분에 방송하는 EBS '다큐프라임 – 원더풀 사이언스'는 지상, 우주, 해저에 이어 제4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지하 공간을 조명한 '제4의 공간, 지하의 재발견'을 방송한다.
요즘의 지하 시설물들은 어둡고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깨뜨린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지하 캠퍼스는 연면적이 2만8,000㎡가 넘는다.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선 이 곳은 지하임에도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지하 8층까지 내려가는 일본의 국회도서관도 자연광이 지하까지 닿는다. 부산 전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수많은 전선들이 모여있는 부산의 지하 공동전력구는 화재에 취약한 지하 공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특수장치가 설치돼있다.
서울 도심 한 복판에 있는 작은 공원의 지하로 트럭들이 오간다. 이 곳 지하 2층에 쓰레기 처리 공간이 있기 때문. 동대문구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생활폐기물, 재활용품 등 총 400톤의 쓰레기가 이 곳에서 처리된다. 일본에는 자전거 전용 지하 보관소도 있다. 리프트를 이용해 자전거 한 대를 보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초. 총 보관 가능한 대수는 200여대에 이른다.
이처럼 지하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땅 속 상태를 탐사하는 기술이 발전하는가 하면, 다양한 산업시설이 지하에 들어서기도 한다. 경북 예천군에는 아파트 22층 규모의 거대한 지하 양수 발전소가 지어지고 있고, 경남 김해시에는 최적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지하 쌀 보관소가 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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