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류인 친이계 의원들이 그제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 처리된세종시 수정안 관련 4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 위한 서명 작업에 열심이다. 여야 합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야당의 반발과 여당 내 비주류인 친박계의 싸늘한 눈길과는 대조적이다.
형식 요건을 채우는 데야 어려움이 없겠지만, 정상적 국회 운영이 불가능해 어차피 실질 심의를 기대할 수 없는데도 왜 이토록 집요하게 매달리는지 의아하다. 정부 수정안이 몇 달 동안 국회에서 잠잤던 것은 야당의 반발보다는 여당 내 친박계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런 사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6ㆍ2 지방선거를 통해 충청 민심이 분명히 드러나 정부의 정책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뒤늦게 죽은 수정안에 열의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중요한' 정책 사안이어서 모든 의원의 개별적 찬반 태도를 역사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낯설다. 백년대계의 원조라 할 교육기본정책마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마당에 세종시 수정안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가 아리송하다. 의원 개개인의 시각이나 자세는 금세 잊힌다. 그들의 얼굴도 수시로 바뀐다. 그나마 세월이 흘러도 교훈으로 남을 만한 것은 집권 여당이나 국회의 집합적 자세일 터인데, 이미 상임위 부결 과정에서 그것을 일깨울 만한 기록은 충분히 남았다.
더 이상의 주장은 상식적이고 담백해야 할 정치를 비비 꼬이게 만들어 모처럼 조성된 정치 정상화 기회만 걷어차는 것이다. 수정안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이 어렵게 '출구'를 제시했고, 여야가 부결 처리에 합의했으면 일반적 관측대로 담담하게 흘러가는 것이 정치의 순리다. 특별한 미련을 고려한다면 여당 일각의 본회의 부의 주장 정도는 애교로 여길 만하다. 그러나 여당 친이계가 입을 모아 주장하고, 정운찬 총리나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이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거듭하는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 대통령이 어렵게 언급한 '출구'가 애초에 자연스러운 폐기 절차가 아니라 절묘한 부활의 수순이라면 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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