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AS 모나코)이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끌며 와신상담에 성공했다.
박주영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4분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2-2로 비기며 결승골이 되지는 못했지만 '허정무호'의 16강 진출은 박주영의 득점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의 좌절과 그리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전의 부진을 씻어내는 통쾌한 한방이었다.
2005년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박주영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기대를 밑도는 활약으로 고개를 떨궜다. 조별리그 1,2차전에서 벤치를 지켰고 스위스와의 3차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불필요한 파울로 프리킥 찬스를 내주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독일월드컵으로 비롯된 부진은 오래 갔다. 2007년 아시안컵 본선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는 한 골도 터트리지 못했다.
2008년 8월 프랑스리그 AS 모나코로 이적하며 반전의 계기를 만든 그는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 '허정무호'의 주포로 활약하며 두 번째 월드컵 출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세 차례 골 찬스를 무산시켰고,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는 자책골을 기록하며 패전의 주범으로 몰렸다.
남아공 월드컵 16강이 달린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전반전 두 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고 프리킥 슈팅은 예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4분 박주영은 그림 같은 역전골을 작렬하며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 버렸다.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대니 시투와 공중볼을 경합을 벌이며 파울을 유도해 맞은 프리킥 찬스에서 절묘한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을 날렸고 수비벽을 꿰뚫은 볼은 상대 골 네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었다. '아프리카 킬러'의 면모를 확인시키는 통렬한 득점포였다. 박주영에게는 천금 같은 월드컵 데뷔골이었다.
박주영은 2005년 네덜란드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프리킥 동점골을 뽑아내며 2-1 역전극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또 2006년 3월 앙골라와의 대표팀 친선경기(1-0)에서는 결승골을 터트렸고, 베이징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카메룬을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내는 등 아프리카팀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박주영은 경기 후 "실수는 경기를 통해 만회하겠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다. 16강 진출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고 월드컵 데뷔골의 소감을 밝혔다. 그는 "멈추지 않고 도전하겠다. 한 걸음씩 새 목표에 도전하겠다"며 우루과이와의 16강전 각오를 다졌다.
더반(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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