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이후 정국을 뒤흔들었던 세종시 수정안 관련 4개 법안이 표결에 부쳐져 부결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2시간30여분 동안 난상토론을 벌인 뒤 속전속결로 수정안을 폐기시켰다.
국토해양위에 소속된 여야 의원 31명 중 한나라당 소속 송광호 위원장과 여당 간사인 최구식 의원을 제외한 29명의 여야 의원들은 각각 5분씩 마이크를 잡고 날카로운 공방전을 펼쳤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은 이날 수정안이 부결되면 원안에 각종 특혜를 덧붙이는 '플러스 알파'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정안 찬성을 호소했다.
반면 한나라당 친박계와 야당 의원들은 이미 원안에 '플러스 알파'가 들어있다며 수정안 폐기를 주장했다. 국토해양위는 이날 오전 11시50분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등 4개 법안을 상정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한나라당 친이계 박순자 의원은 "수정안은 충청지역 발전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고 원안은 국정운영에 막대한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며 "카자흐스탄과 브라질 등에서도 수도 이전을 추진했지만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수정안 찬성 입장을 밝혔다.
친이계 백성운 의원도 "만약 수정 법안이 부결된다면 기업이 원하는 원형지 개발과 세제 혜택은 줄 수 없고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도 원점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너무 쉽게 승패의 논리로 몰아가고 있다"며 국회법에 따른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 처리를 주장했다.
반면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은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다"며 "그런데도 청와대와 총리실이 본회의 부의를 주장하는 것은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거스르고 상임위의 독립성을 무시한 반의회적 처사"라고 수정안 자진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도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면서 수정안 폐기를 주장했다. 같은 당 김진애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경시하고 국회를 무시한 이명박 대통령이 민의를 대변하는 기구에서 심판 받았다고 기록될 것"이라며 "총리와 청와대 참모들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도 수정안 반대론에 가세했다.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지키는 것은 (원안에 따른) 행정 비효율성보다도 더 큰 정치적 효율성"이라며 "기업 인센티브는 당초 원안에 있던 것인데 수정안이 안 되면 (인센티브도)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학재 의원도 "부결되면 인센티브가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원안대로 추진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입법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토론이 마무리되자 송광호 위원장은 오후 4시35분쯤 수정안 관련 법안 4건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시하는 기립 방식으로 표결을 진행했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11명과 무소속 이인제 의원 등 총 12명이 수정안의 모법 격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에 찬성했지만 민주당(9명) 자유선진당(2명) 민주노동당(1명) 등 야당 의원 12명과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6명 등 총 18명이 반대했다.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와 산업단지 등에 대한 원형지 공급 등을 담은 나머지 3개 부수 법안에 대해서는 친이계 의원들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모법이 무산된 상황에서 부수 법안만 통과될 경우 특이한 상황이 벌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수정안 관련 법안들이 부결되고 산회가 선언되자 친이계 의원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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