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이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됐지만 게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계가 본회의 표결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이 본회의 처리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데다 의석 분포상 수정안 반대가 많아 세종시 수정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세종시 수정안 2라운드 공방을 예고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성격은 일반 법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본회의 표결 필요성을 거론했다.
국회법 87조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부결된 의안이라도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친이계 의원들은 이 조항에 근거해 본회의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본회의 부의 이후엔 상정 절차가 남아 있다. 관건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결심이다. 의안 상정은 여야 합의가 관례지만 야당이 상정 자체를 반대하니 박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 취임 후 첫 직권상정이라는 게 부담이지만 그는 "법대로 하겠다"며 상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6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28, 29일에 예정돼 있는 만큼 이때 표결 처리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다 해도 수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과 무소속 의원 120여명과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50명 가량)을 합치면 국회 재적의원(291석)의 과반을 넘는 170여명이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와대와 친이계는 왜 패배가 예상되는 본회의 표결을 밀어붙이는 걸까.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수정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진정성을 역사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친이계의 결속을 다져 집권 후반기 국정 추진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또 친박계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와 수정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약간의 기대 심리도 깔려 있다.
민주당은 본회의 표결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본회의 상정은 안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만에 하나라도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가결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며 "본회의 처리를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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