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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상상' 젊은 예술이 펄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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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상상' 젊은 예술이 펄떡인다

입력
2010.06.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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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의 논리나 타성으로는 상상력 충만한 이들의 세계를 따라잡을 길이 없다. LIG아트홀이 젊은 예술가들의 패기에 자리를 내준다. 초월적 무대어법이 우리 예술의 미래를 짐작하게 한다.

"왜 죽음의 문제에 집착하느냐고요? 자살이 만연하는 이 사회를 한번 보세요." 작ㆍ연출가 강화정씨의 '방문기 X'가 그려 보이는 세계는 무자비하다. 정신에 짓눌린 육신이 죽음이라는 방문객을 맞아 최후의 언어를 뱉어낸다. 이미지극 혹은 무용극을 보듯 공감각적 심상이 무대 위에 자욱하다.

'계속 잠자고 있다… 하지만 잠자고 있음을 느끼는 일이 더 좋다'는 등장인물의 독백은 "죽는 것은 잠 자는 것"이라는 햄릿의 유명한 무덤가 독백을 연상시킨다. 작품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수한 네모칸 속의 말이다. 실제 무대에서는 자막이나 목소리로 표현돼 자아를 의미하는 이 장치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무대 풍경과 어울려 객석에는 무수한 상념으로 전이된다. 자막과 목소리가 문답하는 듯한 효과가 독특하다. 감정이 배제된 기계어, 긍정도 부정도 없는 세계에 사는 노인의 언어 등은 이 시대 소통 부재의 언어를 반영한다.

2006년 강씨가 발표한 '죽지마, 나도 따라 아플거야'의 뒤를 잇는 이 무대는 신체언어에 많은 기대를 건다. 배우는 두 명이지만 무용수는 다섯이다. 이들 한국무용 전공자들이 워크숍을 통해 짜낸 즉흥 춤사위는 현대판 진오귀굿인 셈이다. 무대를 감싸는 음악은 현대 작곡가 사무엘 바버의 음악이나 세계적 프리재즈 연주가인 강씨의 아버지 강태환씨 등의 즉흥곡으로 짜여 있다. 7월 6~10일.

'사운드 디자이너'는 LIG아트홀의 '작곡가 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다. 클래식 쪽에서 바라본 현대음악이 아니라, 대중음악 속의 현대음악이다. 제1회 복숭아프로젝트의 영화 음악, 제2회 최우정의 극음악 등 앞서 펼친 무대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에는 각각 10여년 간 실험적 밴드를 이끌며 대중음악에서 전자음악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이들이 하루씩 갖는 무대다.

14일 일상 소음, 기계장치음, 물리적 진동음 등을 이용해 카프카가 그린 듯한 악몽의 세계를 표현하는 최수환씨의 'Sonic Carousel'로 시작한다. 이어 17일 인조 음성의 노래, 글씨 쓰는 소리 등 실재와 비실재의 소리를 재료로 만든 권병준씨의 '모든 것을 가진 작은 하나'가 뒤를 잇는다. 20일 5년째 출판사 겸 음반 레이블 Manual을 꾸려온 경험으로부터 쓴다는 것의 의미를 탐색해온 류한길씨의 '북 소사이어티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마감한다.

첨단 장비가 동원된 각각의 어법도 개성적이다. 최수환씨의 무기는 빔 프로젝터로 구사하는 영상, 맥 컴퓨터와 오디오 믹서를 사용한 음향, 클래식에 기반한 컴퓨터 음악이다. 권병준씨는 원형으로 둘러싼 18개의 스피커 안에서 사운드트랙, 패션쇼, 현대무용, 연극 등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모두 펼치겠다는 의도다. 첫 단독 공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류한길씨는 가구, 타자기 등에서 나오는 아날로그 음들을 증폭시켜 일상성을 강조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이들은 대중적 밴드의 멤버이기도 하다. 옐로우키친(최수환), 삐삐롱스타킹(권병준),언니네이발관(류한길) 등에서 활약중인 이들이 현대음악가로 변신할 이 무대는 대중 음악과 현대 클래식 음악의 간극이 전자적 음향을 매개로 좁아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장진아 LIG아트홀 PD는 "자기 내면의 세계를 중시하는 전자음악가들의 실제 작품은 공연 바로 전날까지도 예측 못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모두 오후 8시에 시작, 60분 안팎으로 펼쳐진다. (02)6900-3921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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