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곳곳에 물이 채워진다. 주무대 공간에는 당초 뗏목까지 띄울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라면 객석을 다 들어내고 무대를 아예 타원형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비용이 만만찮았다.
수몰지구 사람들을 그린 극단 연우무대의 '핼리 혜성'은 무대의 물질성만큼이나 직접적인 서사로 우리 스스롤 돌아보게 한다. 사라졌다가 한참 뒤 긴 꼬리를 그리며 다시 돌아오는 혜성처럼, 결코 잊혀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자는 것이다.
먼저 간 가족을 생각하며 수몰지구로 가서 과거를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이 고향인 작ㆍ연출자 이양구씨의 체험이 짙게 배어있는 무대다. 개발은 꿈과 추억을 앗아가는 폭력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개발 논리는 한 마을을 혜성처럼 사라져 버리게 하는 검은 힘이 아닐까 묻는다.
현실을 겨냥한 강한 발언이 곧 나올 것 같은 무대이지만, 연극적 재치가 앞선다. 주무대 위 타원형 수조에 한 자 정도 깊이로 물을 채우고, 관객은 거기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동작과 대사를 감상한다. 특히 남자 6명, 여자 3명으로 이뤄진 코러스가 펼치는 연기는 추억 속의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가족담이다. 서로 상처를 주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편의 사업 실패와 아들의 이혼 등으로 절망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손이 너무 떨리니 유서를 대신 써달라고 하는 대목에서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는 처절의 극이다. 모든 불행을 안고 마을은 물 속으로 잠긴다.
이양구씨는 "영원한 주제인 가족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에 쓴 이 작품은 4대강 사업 등 현안과 무관한 가족 이야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개발 논리에 대해서는 재고할 여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갈 때는 모르지만, 지나가서야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는 걸 알게 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9월 신생 극단 해인의 대표로 옛 추억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그린 '별방'을 공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코러스가 들려주는 아카펠라 음향의 효과도 기대된다. 키보드 반주에 배우들의 입으로 새소리와 물소리 등을 낸다. 박남희 나경민 등 출연. 7월 16~2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744-709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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