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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16> 자존심과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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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16> 자존심과 자존감

입력
2010.06.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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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가 공부를 잘 하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못하면 성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성적을 아이의 문제로만 생각하면 배후에 숨어 있는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된다. 부모의 역할은 그 어떤 변수보다 아이들의 성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학력이나 경제력 모두 뛰어나지만 자녀 교육에 고전하는 부모들이 있다. 반면 부모의 학력이나 경제력이 평균에 못 미치더라도 보란 듯이 자녀를 잘 키운 부모들도 있다.

상담을 통해 관찰해보면 부모들이 아이들의 자존심을 어떻게 관리해 주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자녀교육에 실패하는 부모들은 공통되게 자녀의 자존심을 자꾸 건드린다.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는 구실로 자녀의 잘못을 지적하고 타이르는 데 집착한다. 앞으로 잘하라는 취지로,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냐며 반문하는 부모들도 많다.

특히 자녀가 잘못한 것이 맞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훈계를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올바르고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잘못을 지적하고 야단을 치는 것이 부모의 의도와는 달리 아이의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자신에 대한 '비난'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부모가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자녀의 자존심은 상처를 입기 시작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니까 반발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는 심정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자신감이 부족하다며 실망하지만 정작 자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을 본인이 얼마나 자주 반복해서 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자녀가 자신의 말에 거부감을 보이거나 사고를 치면 그저 자녀의 잘못으로만 몰아세울 뿐이다. 자존심이 상해 자신감을 가질 수 없도록 원인 제공을 자신이 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열등감이 심한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부모를 포함한 주변에서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결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부모에게서 끊임없이 잔소리나 나무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게 되면 아이는 스스로 자신에게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품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아이의 마음속에 열등감이 스며들고 점점 강하게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자녀교육에 성공하는 부모들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자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행을 거의 하지 않으며 반대로 일상에서 자녀의 마음속에 자존감을 키워주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자녀의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시선으로 자녀를 대한다.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주고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외면하는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부모로부터 존중을 받아온 아이의 마음속에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바로 자아존중감이다.

자존감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으면 매사 의욕적이고 자기주도성이 강하며 공부에서도 자발성을 보인다.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을 길러주는 방법은 사실 어렵지 않다. 늦잠을 자는 아이에게 게으르다고 야단치고 '일찍 일어나라'고 요구하면 자존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대신'일찍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라는 생각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식으로 자녀를 대하면 자녀의 자존감은 커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존심을 자극하는 부정적인 말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정말 잔소리를 하고 싶으면 말로 하지 말고 메모를 했다가 전달하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야단치고 부진한 성적을 가지고 혼을 내면 아이의 마음은 점점 작아지면서 자신에게 열등감을 갖게 만드는 주범인 공부를 멀리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자신에게 열등감, 낭패감을 주는 공부를 회피하려고 기를 쓰게 된다.

반대로 작은 성취에도 박수를 받고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격려를 받게 되면 아이의 자존감이 커지면서 결국 공부하고자 하는 강한 의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녀를 가르치거나 훈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 인생에 찾아온 소중한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자녀는 '게임'이 아니라 '공부'를 선택하는 진정한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자존심을 자극하는 부모는 대부분 실패하지만 자존감을 불어넣어주는 부모는 대부분 성공한다.

비상교육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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