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서 발생한 10대들의 여자친구 감금ㆍ폭행ㆍ살해사건은 너무 잔혹하고 엽기적이어서 지면에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그 수위를 고민했을 정도다. 15살 안팎의 어린 남녀 청소년들이 또래 여자친구를 빈 집에 4일 동안 감금한 채 폭행, 살해한 뒤 한강에 유기한 사건이다. 특히 시신을 운반, 유기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모의, 자행한 교활하고 잔인한 수법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범죄는 몇몇 비행청소년들의 일탈범죄로 간단히 보아 넘길 것이 아니다. 날로 흉포화ㆍ연소화하는 청소년범죄 양상과, 나아가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범행의 전 과정에서 이들이 조금이라도 죄의식을 느낀 흔적은 없다. 그저 TV, 인터넷 등에서 본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그야말로 범죄를 놀이하듯 즐긴 것이다. 미디어가 어떻게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관련자 전원이 결손가정의 청소년들로, 학교를 중퇴하거나 장기결석 상태에서 집을 나와 떠돌다가 서로 알게 된 사이라는 점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적 관심과 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이들인 것이다. 최근 초등학생 소녀가장을 근 1년 동안 집단 성폭행한 사건으로 충격을 주었던 지방 한 마을의 중학생들도 역시 가정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가출 청소년들이었다.
삶의 기본단위인 가정이 역할을 못할 경우 청소년들은 소속감 유대감을 채우기 위해 가출, 거리에서 만난 또래들과 그들만의 세계를 형성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사회와의 연결은 단절되고 소외감과 욕구불만은 공격적 범죄로 표출된다. 청소년범죄의 태반이 충동성인 것은 그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사회는 가정 해체가 급격히 진행 중이다. '주변의 관심 제고' 도 필요한 일이지만, 청소년 가출ㆍ비행ㆍ범죄문제를 주요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상황이다. 정상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보호, 관리, 치유하는 종합적 시스템을 서둘러 갖추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급속하게 나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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