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가에 ‘걸프(멕시코만)’가 아닌 ‘골프’가 이슈로 떠올랐다. 미 정부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 책임사 BP의 최고 경영자 토니 헤이워드가 19일 자신의 요트 경기를 관람한 것을 두고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곤혹스럽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 골프장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마빈 니콜슨 백악관 출장담당 국장, 데이비드 카츠 에너지부 국장 등과 함께 32도가 넘는 덥고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5시간여 동안 주말 골프를 즐겼다.
때문에 백악관이 BP를 비난할 자격이 있냐는 비판여론이 쏟아졌다. 공화당이 맹공을 퍼부었다. 흑인 최초의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마이클 스틸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을 헤이워드와 비교하면서 “둘 다 똑같이 믿기지 않는 짓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21일 부랴부랴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를 치러 간 것이 “미국에 도움이 된다”며 두둔했지만 옹색하다. 버튼 부대변인은“대통령이 기분 전환할 시간도 용납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BP로부터 200억달러 규모의 피해보상 기금을 조성하도록 이끌어내는 등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이 은퇴한 노인들보다 더 골프를 자주 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BS라디오의 고참 백악관 출입기자 마크 놀러는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17개월 간 39번이나 골프라운딩을 즐겼다고 말했다. 격무 중에도 한달에 두번 이상 골프를 친 셈이다. 멕시코만 사고가 발생한 4월 20일 이후로도 일곱번이나 된다. 골프를 즐겼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전쟁 중에 골프를 치느냐”는 비판 때문에 임기 중 골프를 중단하고 여가시간에 주로 드라마를 보는 등 취미를 바꿨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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