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인도주의적 목적의 지원이라도 금지할 수 있다면 미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미 대법원은 21일 외국의 테러단체에 대한 지원을 금지한 애국법의 ‘물적 지원’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민권운동가인 랠프 퍼티그가 터키의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스리랑카의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를 지원하려다 현행법의 ‘테러단체 지원금지’ 조항에 부딪히자 표현의 자유 및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미 국무부는 1997년 PKK와 LTTE를 비롯, 하마스 헤즈볼라 크메르루즈 등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이들 단체에 물적 지원을 하는 것을 위법 행위로 규정했다.
대법원은 6대3의 합헌 판결에서 “국가안보와 외교의 민감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훈련, 전문적 조언, 인력, 서비스 등의 형태로 테러집단에 ‘물적 지원’을 하는 것은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테러단체 지원과 수정헌법 1조와의 관계를 규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테러단체에 대한 선의의 목적의 지원도 다르게 이용될 수 있다”고 다수의견에 섰다. 반면 스티븐 브레이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 등 진보성향의 대법관 3명은 “정부가 해석하는 방식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충분한 정당성없이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반대의견을 폈다.
인권단체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국무부가 테러리스트에 올린 40여개 단체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는 것은 테러를 포기하게끔 설득하는 기회조차 이들에게서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송을 제기한 퍼티그는 “쿠르드인들에 대한 지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물적 지원’ 조항을 테러단체를 억제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9ㆍ11 이후 지금까지 이 조항이 150여 차례 적용돼 75명이 기소됐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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