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원격교육의 선진국, 호주에 가보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원격교육의 선진국, 호주에 가보니…

입력
2010.06.22 06:44
0 0

■ 선생님이 모니터 화면 수식에 빨간색 밑줄 쫙~

호주 브리즈번 원격 학교(The Brisbane School of Distance Education)에 다니는 마크 윌크셔(17)군은 수업을 위해 교실에 가는 법이 없다. 교사와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 대신 학교내 도서관 옆에 마련된 시청각실의 컴퓨터 앞에 앉는다. 컴퓨터를 켜고 헤드셋을 착용하면 그걸로 수업준비는 끝이다.

지난 10일, 브리즈번 시내에 위치한 학교 시청각실을 찾은 윌크셔는 컴퓨터를 통해 수업 프로그램에 로그인한 뒤 자신이 수강해야할 과목 스케줄을 확인했다. 수학 과목을 클릭하자 모니터 한쪽에 방정식 문제가 나타났다.

헤드셋으로 문제 풀이 과정에 대한 교사의 음성이 전달된다.

길고 복잡한 풀이 과정마다 교사가 질문을 하면 윌크셔는 마이크를 통해 대답한다. 그래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음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모니터를 활용한다. 모니터에 펼쳐진 복잡한 수식에 빨간색 밑줄이 쳐지고, 메모가 등장한다. 프로그램에 접속한 교사가 윌크셔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문제지 위에 표시한 것이다. 일종의 전자칠판과 같은 개념이다.

원격교육의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호주의 원격학교 수업은 이랬다. 호주는 원격교육의 선진국으로 통한다. 학생들의 거주지와 각 학교가 지역별로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어 일찍부터 원격교육이 발달했다. 영상강의는 1990년대 초부터 대학 캠퍼스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활용됐고 중고교 과정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브리즈번 원격학교는 퀸즐랜드주는 물론이고 호주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원격교육기관이다. 올해 이 학교에 등록한 학생은 3,051명, 교사는 240명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는 12.7명에 불과하다.

브리즈번 원격학교 재학생들은 크게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 학교와의 거리가 멀어서 통학할 수 없는 경우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신체적인 장애와 자폐, 발달 장애를 갖고 있거나, 일반학교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도 있다. 또 부모의 직업상 잦은 거주지 이동으로 일반 학교에 다니기 어렵거나 훈련과 공연 등의 스케줄 때문에 일반 학교 수업을 받기 힘든 학생도 포함된다. 학교 측은 "중고교 과정을 수료하지 않은 성인들도 저지 않다"고 귀띔했다.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으론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호주 국가대표로 다이빙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멜리사 우가 있다. 우는 이 학교 10학년(한국의 중3에 해당)에 재학중이다.

윌크셔는 거리상 통학이 어려워 브리즈번 원격학교에 등록했다. 이날은 집의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 직접 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받았다.

브리즈번 원격학교에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웹 컨퍼런스와 전화 통화를 통해 수업이 이뤄지지만 컴퓨터만으로 모든 교육이 진행되진 않는다. 기본적인 텍스트 및 멀티미디어 교재가 학생들에게 지급된다.

이 학교 도서관에는 37만여종의 교과서와 참고서, 일반 서적, CD, 비디오 교재가 비치돼 있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신청한 교재는 택배를 통해 가정에 배달된다. 매 학기 초 각 학년별 과목별 교과서도 같은 방식으로 배송된다.

원격 수업 외에 학생의 학교 방문 수업, 교사의 가정 방문 수업도 병행된다. 학생들에겐 연간 5~7일의 학교 의무 출석이 요구되며 온라인상으로 강의가 쉽지 않은 예술 과목의 경우 교사의 가정 방문 수업을 통해 학습 내용을 보완한다.

시험 평가는 일반학교와 똑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저학년의 경우 학생의 집에서 부모의 관리하에 시험을 치르며 고학년들은 학교에서 직접 시험 관리를 한다. 6개월에 한번씩 실시되는 담임교사의 평가외에 교과목별 교사들의 평가도 이뤄진다.

브리즈번 원격 학교의 닐 맥도널드 교장은 "학생과 교사가 원격으로 연결돼 수업이 이뤄지지만 마치 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직접 가르치는 것처럼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게 특징"이라며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다양한 내용의 교재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호주의 교육제도

6ㆍ4ㆍ2제로 처음 10년(초등교육 6년+전기 중등교육 4년)은 의무 교육이다. 여기에 2년의 후기 중등교육을 받고 시험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한국의 대학 1학년에 해당하는 교양과정은 호주 학제로 12학년에서 이수하기 때문에 대학 교육은 보통 3년 과정으로 이뤄진다. 대학 진학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의무교육을 마치고, 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ㆍ전문학교)에 진학해 기술을 배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공립 초중고교는 학비가 무료이며 전체 학생의 68%가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유학생들도 공립학교 입학에 제한은 없으나 도서관 기금 등의 명목으로 연간 150 호주달러(약 15만원)의 학비를 부담한다.

■ 한국의 방송통신고

한국의 중등과정 원격교육 기관으론 한국교육개발원이 운영하는 방송통신고가 있다. 1974년 서울과 부산?11개 공립고에 부설돼 개교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현재 서울 경동고 경복고, 부산 동래고, 대구고, 광주고, 전주고, 포항고, 제주제일고 등 전국 40개 학교 411개 학급에 1만5,219명이 재학중이다.

방송통신고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고교 과정을 마치지 못한 성인 학생들과 여건상 일반고를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통로로 각광받고 있다. 개교 이래 21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중학교 졸업 학력 이상이면 입학할 수 있으며 무시험 서류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브리즈번(호주)=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