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볼턴)의 장기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개인기다. 그러나 이청용이 스피드와 개인기를 맘 놓고 발휘하게 하는 힘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의 아르헨티나전 대패에는 심리적 위축이 크게 작용했다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러나 이청용은 달랐다. 8만 2,000여 명의 대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아르헨티나 슈퍼 스타들을 상대로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0-2로 뒤진 전반 종료 직전 상대 수비수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만회골을 뽑아냈고 후반 12분 염기훈(수원)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줘 골키퍼와 일대 일로 맞서는 찬스를 만들어냈다.
심리적인 부담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이청용의 활약에 기대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이청용은 두려움이 없다. 도전을 즐긴다. 180cm, 69kg의 가냘픈 체격이지만 자신이 빼앗긴 볼은 어떻게든 되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파이터'다.
나이지리아전이 열리는 더반 모제스 마비다 스타디움에는 23일 만원 관중이 들어찰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 다수가 나이지리아 팬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후회 없는 승부'는 불가능하다.
4-4-2 포메이션의 오른쪽 날개로 나서는 이청용은 특유의 활기 넘치고 대담한 플레이로 공격 돌파구를 열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나이지리아는 타예 타이우(마르세유), 우와 에치에젤레(스타드 렌) 등의 부상으로 왼쪽 측면 수비에 허점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으로서는 이청용의 날카로움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호재다.
이청용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한 공격력은 이미 아프리카 축구를 상대로 검증이 됐다. 지난해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친선 경기에서 한국은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오른쪽 날개로 나선 이청용은 기성용의 선제골과 오범석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는 '원맨쇼'로 경기 MVP에 선정됐다.
주의해야 할 점이라면 나이지리아의 거친 매너와 심리적 도발이다. 아프리카 선수들의 파울은 교묘하기로 유명하다. 이청용은 때때로 거친 파울을 범하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한일전 종료 직전 백태클로 경고를 받았고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전반전 경고를 받았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나친 투지는 오히려 독이 된다.
더반(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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