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운명의 날이 밝았다. 나이지리아를 겨냥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AS 모나코) '양박'의 발끝에 16강 티켓이 걸려 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은 23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더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나이지리아와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을 갖는다.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이길 경우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나란히 부진했던 박지성과 박주영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16강 청부사' 박지성은 4-4-2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나선다. 사상 첫 원정 16강과 아울러 아시아 선수 월드컵 본선 최다 골 기록을 세우며 아르헨티나전 부진을 씻는다는 각오다. 2002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본선 3개 대회 연속 골을 터트린 박지성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할 경우 알 자베르(사우디아라비아), 안정환(이상 3골)을 넘어서며 아시아 축구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다.
승부처에서 유난히 강한 박지성이기에 득점포 가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박지성은 지난 2002년 6월 포르투갈과의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1-0)에서 그림 같은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사상 첫 16강 진출을 화룡점정했다. 박지성은 21일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이다. 선제골을 넣는다면 나이지리아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골 사냥에 의욕을 보였다.
선봉장으로 나설 박주영은 3전4기에 도전한다. 박주영은 월드컵 본선 3경기에 나섰지만 득점포가 침묵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자책골로 패전의 멍에를 떠안았다.
박주영 역시 국제 대회 징크스를 갖고 있다. 그는 2005년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 2006 독일 월드컵,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 번번이 고개를 떨궜다.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 버리며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임을 확인시키는 시원한 '한방'이 절실하다.
'허정무호'는 그리스를 2-0으로 제압하고 16강으로 향하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에 1-4로 패배해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지만 희망은 충분하다. 같은 시간 열리는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경기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복잡한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 16강 관문을 정면 돌파한다는 것이 태극 전사의 각오다.
한편 북한은 이날 포르투갈과 가진 G조 조별리그에서 0-7로 대패하며 2패를 기록,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더반(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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