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 직후 초선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당선자들을 중심으로 인수위원회가 대거 출범했다. 대통령직인수위를 보아 온 시민들에게는 무슨 대단한 조직처럼 보이지만 사실 법적 근거도 전혀 없는 당선자의 사조직이다. 그러나 인선 규모와 자격 요건, 권한, 의무 등에 아무런 제한도 없는 인수위가 마구잡이식으로 구성ㆍ운영되면서 지자체에서 괜한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중순 전국 지자체에 민선5기 출범 관련 지자체장직 인계ㆍ인수 매뉴얼을 발송, 인수위에 사무실과 책상 등을 지원토록 했다. 하지만 이는 지자체 행정 공백을 없애기 위한 최소한의 지침일 뿐 인수위 구성 및 활동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의 당선자들은 당선증을 받은 직후 인수위 구성 여부를 고민해야 했다. 재선 이상은 바로 업무에 복귀한 만큼 굳이 인수위를 둘 이유가 없지만 초선 당선자들은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규정이 없다 보니 인수위의 규모와 형태는 당선자마다 제각각이다. 성백영 경북 상주시장당선자는 9일 27명으로 인수위를 구성, 활동을 시작했다. 대통령직인수위의 임원이 위원장을 포함, 26명 이내인 것을 감안하면 기초단체장으로서는 가히 공룡급이다.
인수위원의 자격 요건도 없다. 인수위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에는 해당되지 않고, 전문성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에 따라 폐차장 대표와 여행사 및 고속버스 관계자, 건설 업자 등도 버젓이 인수위에 명함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인수위에는 선거 당시 공신들이 대거 윗자리를 차지, 행정 업무 인수보다는 정치적 논공행상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인수위 권한도 논란이다. 인수위는 어떤 법적 권한도 없으면서 점령군이나 감사원처럼 지자체를 대한다. 실제 임광원 경북 울진군수당선자 인수위는 업무보고에서 현 군수의 최대 치적으로 꼽는 울진세계농업엑스포의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 "행정사무감사를 받는 것 같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인수위원들은 또 업무 파악을 이유로 지자체가 시행 중인 사업의 전반적 사항을 보고받는 데도 이에 대한 비밀누설 금지 의무 등 최소한의 안전판도 없다.
반면 인수위를 만들지 않고 지자체의 업무보고에서 그치는 초선 당선자도 상당수다. 이미 짧게는 하루, 길게는 열흘 가까이 지자체의 자체 보고 일정을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전직 행정관료 및 안동부시장 등을 역임한 권영세 경북 안동시장당선자는 인수위를 구성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시의 업무보고도 취임 후로 미뤘다. 괜히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민주당은 지자체장 직무 인수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약,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자체장직 인수에 관한 법률안 등 2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세헌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수위의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제멋대로 운영되면서 부작용이 크다"며 "법률로 큰 틀을 만들고, 지자체가 조례로 인수위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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