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흥업소업주와 경찰의 유착의혹을 수사해온 서울경찰청은 21일 유흥업소 10여 곳을 운영하면서 수십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조세포탈)로 유흥업소 실제 업주 이모(38)씨와 '바지사장' 박모(3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통장명의를 빌려준 46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자금관리인 임모(34)씨와 함모(31)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씨는 2000년 서울 중구 북창동에 유흥업소를 개업한 이후 최근까지 업소 수익금 305억8,000여 만원을 장부에 기록하지 않는 수법으로 세금 42억6.000여 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4개월여간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업주만 구속하고 그간 제기돼 왔던 이씨와 경찰 등 공무원과의 유착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어 부실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이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에서 서울 시내 일선 경찰관 63명과 통화한 사실과 10여 년 동안 한 번도 입건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광범위한 유착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경찰은 이에 따라 계좌추적을 통해 이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강남 일대 13곳 업소의 자금 흐름을 수사했지만 가시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황운하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총경)은 이와 관련, "이씨가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밝혀낸 것이 없다"며 "이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켜 진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뇌물수수 여부 수사와는 별개로 이씨와 통화한 경찰관들에 대해 서울청 자체 징계 방침에 따라 곧 소환 조사를 할 방침이다. 조현오청장은 올 1월 취임 이후 "경찰관이 성매매나 유흥업소 업주와 전화 한 통이라도 한 게 밝혀지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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