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사를 민족사로 편입시킨 '발해고'를 저술한 조선 후기의 북학파 유득공(1748~1807)의 연행(燕行)시집 '열하기행시주(熱河紀行詩註)'가 최초로 번역됐다.
한문 고전 연구모임인 실시학사고전문학연구회가 번역해 (휴머니스트 발행)로 출간한 이 시집은 유득공이 1790년 중국 베이징과 열하를 다녀와 지은 시를 엮은 것이다. 조선 후기 연행 사절 중 열하의 기행기록을 남긴 인물은 연암 박지원과 유득공뿐이다.
유득공은 칠언절구 연작시 형태로 여정의 감상을 기록하고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일기체 산문 형식이 대부분인 다른 연행록과 달리 여정을 시로 형상화했다는 점이 남다르다. 그는 압록강을 건너는 기대감을 '박작성(압록강 연안의 성) 남쪽, 푸른 물결 불었는데/ 경쾌한 배, 빠른 말, 이별 노래 기다리네/ 총총히 몇 자 적어 빠른 파발 보내오니/ 연경으로 가지 말고 열하로 향하라 하네'로 표현하는 등 문학적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유득공은 청나라 건륭제가 80세를 맞아 각국 사절을 열하로 불러들여 베푼 연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행을 했고, 여행기간 중 베트남, 몽골 등에서 온 외교사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거기서 접한 각국의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마땅히 아시아의 여러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발전시켰다. 중화적 세계관을 벗어나 아시아를 향한 개방적 사유를 전개한 것이다. 번역에 참가한 김용태 성균관대 교수는 "한중 문화교류의 관점에서 소중한 자료일 뿐 아니라 중국중심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아시아의 입장에서 아시아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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