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격수가 두 명의 수비수 사이를 돌파하다가 수비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좋은 프리킥 찬스였다. 벽을 쌓은 선수들 뒤로 양팀 선수들의 몸싸움이 거칠다. 호흡을 가다듬은 키커가 슛을 날렸지만 공은 아쉽게 골대를 스쳐 지나갔다. 이 장면을 3D 중계화면으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먼저 공격수의 돌파 장면. 골라인 쪽에 자리잡은 3D카메라는 그라운드와 수평을 유지한 각으로 선수의 모습을 입체감 있게 보여준다. 수비수를 앞에 두고 공을 다루는 공격수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프리킥 장면에서는 입체감이 가장 두드러진다.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는 선수들을 위에서 비스듬히 찍어 선수 개개인의 움직임이 눈에 잘 들어온다. 마치 게임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프리킥을 직접슈팅으로 연결한 공이 골대를 스치는 장면에서도 골네트와 골키퍼, 공 사이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이 직접 골대 뒤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3D 영상이 경기의 박진감을 북돋울 수 있는 것은 이 세 장면이 전부다.
3D 중계에선 선수들의 표정과 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해 내는 슈퍼슬로우모션은 물론 클로즈업 화면도 볼 수 없다.
경기 중계를 즐길 때 중요한 부분은 멋진 장면을 다시 보는 데 있는데, 3D 중계로는 멋진 플레이를 다시 보기도 힘들다. 전반전이 끝나고 나서, 전체 게임이 끝나고 나서 볼 수 있는 경기 주요 장면도 지원하지 않는다. 볼 점유율, 패스 성공률, 팀별 주요 공격 방향 등 도표로 제공되는 각종 경기 정보도 3D 중계는 빈약하다.
전체적으로 경기 화면도 단조로웠다. 2D 중계에선 옆줄 바깥에서 스로인을 준비하는 선수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도 민첩하게 움직이지만 3D 중계로는 이런 박진감도 느낄 수 없다. 이는 일반 중계용 카메라는 32대가 동원되지만 3D 카메라는 2대가 한 조로 운영돼 8개 조밖에 촬영하지 않아 다양한 화면을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아프리카 응원단의 부부젤라 소리가 일반 중계에 비해 작게 들린다는 점은 장점으로, 특수 안경을 끼고 시청해야 하며 45분간 집중해서 보면 눈에 피로가 빨리 온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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