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을 통해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북한은 대회 최고의 화제의 팀이었다. 본선 진출국 16개팀 중 이탈리아, 소련, 칠레와 한 조를 이룬 북한은 박두익의 결승골로 강호 이탈리아를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키며 소련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 만난 팀은 당대 최고의 공격수인 '흑표범' 에우제비우가 있는 포르투갈. 하지만 북한은 거침 없었다. 경기 시작 53초 만에 선제골을 넣더니 전반 22분과 25분에 각각 추가골을 넣으며 포르투갈을 벼랑으로 몰았다. 하지만 전반 27분 에우제비우의 만회골로 시작된 포르투갈의 역전극은 드라마틱했다. 에우제비우는 전반 43분, 후반 11분에 각각 추가골을 넣더니 후반 14분 페널티킥 결승골로 전세를 뒤집었다. 후반 35분 조제 아우구스토에게 한 골을 더 내준 북한은 믿겨지지 않는 3-5 역전패를 당하며 '1966년의 기적'을 마감해야 했다.
두 팀의 대결이 44년 만에 다시 열린다. 북한과 포르투갈은 21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G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4강 티켓을 놓고 다퉜던 44년 전 경기가 그랬듯 이번 역시 양 팀의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적으로 가를 절체절명의 맞대결이다. 1차전에서 브라질에게 1-2로 분패한 북한은 물론, 코트디부아르와 1-1로 비긴데다 3차전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만나는 포르투갈 역시 이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을 확보해야만 한다.
에우제비우는 20일 "북한이 1966년 같지는 않지만 브라질전에서 드러난 것처럼 약팀이 아니다"라며 "포르투갈 선수들은 가진 능력을 100% 쏟아내야 하며 공 주위에서 빠른 움직임과 골 결정력, 수비 조직력 등 모든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워 초반부터 적극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코트디부아르 전을 포함, 1년 4개월째 대표팀 경기에서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호날두가 득점포를 재가동해야만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포르투갈의 공격이 쉽게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격진에선 1차전에서 부진했던 다니 대신 시망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핵심 미드필더인 데쿠가 훈련 중 입은 부상으로 이 경기에 결장하게 된 것도 포르투갈로선 부담이다.
북한은 브라질 전에서처럼 수비에 역점을 두는 한편, 수비 라인에서 최전방 공격수 정대세에게 한 번에 연결하는 패스를 통해 역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상대인 코트디부아르 역시 만만치 않은 만큼, 북한이 44년 전 패배를 설욕한다는 심리적 유인을 앞세워 이번 포르투갈 전에서 적극 공세에 나서는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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