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55)씨는 국내에서 취득세 자동차세 주민세 면허세 등 무려 41건의 세금을 상습 체납한 후 해외로 이주해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 재입국한 오씨는 외국인등록번호로 재산을 취득하고 강남 일대에서 출판업과 인쇄 사업을 했다. 체납자 가족을 추적 조사하던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오씨 아버지가 외국인에게 재산을 상속해 준 점을 주목하고 그 외국인의 생년월일이 오씨와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시는 출입국관리소의 외국인등록번호 부여 기록을 조사해 오씨와 외국인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오씨는 결국 지난달 납부하지 않은 세금 687만원 전액을 내기로 했다.
시가 체납징수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국외 이주 체납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시가 주민등록등본 말소기록을 토대로 올해 3월부터 정밀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 세금을 체납하고 국외로 이주한 시민은 1만6,818명(체납액 425억원)에 달했다. 이 중 4,455명이 외국인등록번호로 재입국해 서류상으로는 국내에서 전혀 다른 인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그동안 동일 체납자인데도 신원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국내에서 버젓이 부동산과 자동차를 취득하고 사업을 하는데도 밀린 세금은 거둬들일 수 없었다. 국외 재산을 발견해 해외공관을 통해 연락하더라도 현지 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세금징수가 어려웠다.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한 양심 불량 체납자가 증가하자 시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명절 등 특별한 경우에 이들이 귀국할 수 있다고 보고 외국인등록번호와 말소 직전 국내 주민번호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체납자 추적에 나섰다. 예를 들어 외국인으로 등록해 주민번호번호 7번째 자리가 5(남성) 또는 6(여성)으로 바뀐 사례 중 생년월일을 나타내는 앞 자리 6개가 말소된 주민번호와 서로 일치할 경우 동일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시는 석 달 동안 본인 소유 재산이 확인되고 국내 거주 중인 1,097명을 우선 대상자로 정해 13억원의 체납분을 징수했다.
시 관계자는 "파악된 명단을 기초로 징수 활동을 연말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지방세뿐 아니라 과태료 등 세외수입과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 징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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