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수출국' 중국이 '인플레 수출국'으로 변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저가 공산품을 생산해 세계 물가 안정에 기여했던 중국에서 파업과 임금인상 러시가 시작됨에 따라 중국산 수출제품의 가격인상은 불가피해졌다. 중국발(發) 인플레이션, 일명 '차이나플레이션'의 우려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사실 중국은 그 동안 '인플레 수출국'과 '디플레 수출국'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인플레 수출국.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란 말에 걸맞게 원유 철광석 그리고 쌀까지, 전 세계 주요 원자재를 싹쓸이하다시피 했고 이로 인해 이들 품목의 가격은 최근 수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상승), 아이언플레이션(철광석가격상승), 오일플레이션(원유가격상승) 모두 '중국의 고성장'이란 공통분모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저가 공산품을 전 세계에서 수출함으로써,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이 고성장 속에서도 인플레압력을 덜 받을 수 있었던 것, 당장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중국산 저가품'의 힘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점에서 중국은 '디플레 수출국'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중국에서 디플레 수출 기능은 찾기 어렵게 됐다. 높은 원자재가격에도 불구, 낮은 완제품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값싼 노동력 덕분이었는데 이 저임금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의 타오 동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지난 20년간 저임금을 기반으로 값싼 물품을 세계에 공급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성장의 과실을 분배하라는 근로자의 욕구가 거세지면서 임금인상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차이나플레이션'이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은행(IBRD) 분석을 인용, "중국 기업들이 임금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을 결국은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유럽 재정위기 파장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임금 인상이 당장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중국경제가 심화되는 만큼 더 이상 '저가품 생산공장'지위를 지탱할 수 없으며, 결국은 '차이나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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