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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극한기술과 미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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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극한기술과 미래 비전

입력
2010.06.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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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비전 2040 보고회에서는 과학기술 미래비전도 함께 발표되었다. 2040년 세계 5대 글로벌 과학기술 선도국 도약을 목표로 자연과 함께하는 풍요롭고 편리하고 건강한 세상 모습이 미래의 생활상으로 제시되었다.

발전된 모습을 꿈꾸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 미래에 대한 기대가 인류 발전을 이끌어 왔다. 미래 비전의 제시는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갈 미래를 향한 방향타를 잡는 큰 의미가 있다.

상상력과 창조력이 인류 발전의 동기를 부여한다면, 그 실현을 선도하는 힘은 도전 정신에서 나온다. 지금 내가 속한 영역이나 조건에 안주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도전 정신은 과학기술 발전에 너무나 중요한 덕목이다.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건강 풍요 편리와는 동떨어진 길을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보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신대륙이 발견되었고 지하자원을 찾아 산업사회를 열수 있었다. 지금도 심해와 극지 탐사, 우주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냉전 시대 우주개발 경쟁을 통해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듯이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이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을 위한 대표적인 핵심기술 분야가 극한기술이다. 극한기술이란 초고진공, 초고압, 초고온, 극저온, 고자기장, 고에너지 환경 등 일상에서 접하지 못하는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 이용하는 기술이다. 또 극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새로운 현상과 신물질 창출에 이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 국민들이 성원한 나로호 발사는 극한 융합기술의 집합체이다. 지금 미국인을 애타게 하는 해양 원유누출 사건도 극한기술의 범주이며, 핵융합과 원자력 발전도 극한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극한기술은 많은 초기 투자와 체계적 집단 연구 프로그램이 필요한 분야이다. 실험 자체가 어려우므로, 해보고 안되면 고쳐서 다시 해보는 식의 일반적 기술개발 방법론은 통하지 않는다. 이용할 수 있는 기존 상용 기술이 거의 없는데다, 선진국에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철저하게 기술 을 보호하고 있어 국제협력 등으로 기술 이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많은 부분을 자력 개발할 수밖에 없어 단기간에 연구 성과를 내놓기 어렵고 실패 확률도 높을 수 밖에 없다.

과학 강국들은 모두 국가 프로그램으로 극한기술 연구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극한기술이 국방 자원개발 우주개발 등 국가 안위와 국격에 직결되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신산업 등 미래 경쟁력에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과학 강국의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해 우리나라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극한기술 개발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

'무한도전'이란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애초 무모한 도전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취하는 과정이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있다. 나로호 발사 실패 뒤에 성공 확률이 낮은 일에 많은 연구비를 투입한 것이 무모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도전의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한 것이지 도전 자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극한기술 분야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끝없는 도전, 무한 도전이 필요한 분야이다. 2차 발사 실패의 아픈 경험은 우리가 자력 기술로 우주 개발에 나서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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