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의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마지막 관문의 열쇠는 공격수들이 쥐고 있다.
23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더반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조별리그 B조 최종전 승부는 선제골을 누가 넣으냐에 좌우된다.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극과 극의 경기력을 보였다.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심리적인 요인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를 맞아 전반 7분 만에 시원한 선제골을 작렬한 대표팀은 기세를 타고 상대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반면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전반 17분 불운한 자책골로 선제골을 헌납하며 정신적으로 쫓겼고 발걸음마저 무거워졌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비겨도 16강행을 바라볼 수 있는 유리한 처지다. 승점에서 동률을 이루고 있는 그리스가 최강 아르헨티나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행운을 기대한다면 선제골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선제골을 넣으면 수비를 두텁게 하고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최소한 무승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한국을 반드시 꺾어야 16강의 행운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골을 내줄 경우 모든 것을 걸고 총공격에 나설 수 밖에 없다. 한국이 역습을 통해 추가골을 노릴 수 있는 틈은 그 만큼 넓어진다.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기대를 밑돌고 있는 공격진의 분발이 요구된다.
조별리그 2경기에서 한국은 3골을 얻었다. 공격수들은 아직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수비수 이정수(가시마), 미드필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청용(볼턴)이 각각 한 골씩 기록했을 뿐이다. '주포'들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공격수에게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불운하게 내준 자책골의 희생양이 된 박주영(AS 모나코)은 실수를 만회할 만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염기훈(수원)은 1-2로 뒤진 후반 12분 결정적인 골 찬스를 무산시켰다.
아르헨티나전의 악몽을 잊는 길은 나이지리아전 득점포 가동 뿐이다. 특히 박주영의 경우 정신적인 부담을 털어버리는 게 급선무다. 박주영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거듭 골 찬스를 놓친 데 이어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까지 기록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다.
부진했던 공격수들이 나이지리아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릴 경우 아르헨티나전으로 무거워진 분위기는 일거에 회복될 수 있다. 공격수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축구 대표팀 공격수들은 최근 월드컵 본선 4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고 있다.
루스텐버그(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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