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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만큼 보이는 숲/ 나무들의 하얀 변신… 식물도 때론 엉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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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만큼 보이는 숲/ 나무들의 하얀 변신… 식물도 때론 엉큼해

입력
2010.06.1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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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 가운데, 숲은 녹음에 덮여 있다. 개나리와 진달래에서 보듯 봄 꽃은 대개 노랑과 분홍색이다. 아직 겨울 때를 벗지 못한 갈색 숲이나, 봄빛 찬란한 초록 들판에서 단연 돋보이는 색이다. 이에 비해 여름에는 흰 꽃을 피우는 나무가 많다. 짙은 녹음 속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색상이다.

산딸나무 하얀 꽃이 숲을 밝힌다. 자세히 보면 가짜 꽃이다. 진짜 꽃은 딸기 모양 꽃대 끝에 둥글게 모여 피었다. 그것만으로는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에 부족하다. 넓고 하얀 빛은 꽃이 아니라 잎이 변한 꽃받침이다.

더 노골적으로 눈속임을 하는 놈도 있다. 넓은 잎사귀 아래 보잘것없는 꽃을 피우는 개다래는 아예 잎을 하얗게 변화시킨다. 영락없이 누군가가 페인트 칠을 해놓은 모양이다. 생존을 위한 식물의 변신술이다. 미술을 모르는 나무가 색상대비는 먼저 알았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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