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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남한내 김일성 추종자는 박정희의 사상적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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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남한내 김일성 추종자는 박정희의 사상적 사생아"

입력
2010.06.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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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지음/휴머니스트 발행ㆍ392쪽ㆍ1만7,000원.

국내 대표적 탈민족주의ㆍ탈국가주의 역사학자로 꼽히는 임지현(51) 한양대 사학과 교수. 그는 에서 "역사란 인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심저에 깔고 국가주의, 식민주의, 민족주의, 독재와 파시즘, 인종주의 등 20세기의 유산들이 오늘날까지 어떤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박정희, 김일성, 스탈린, 무솔리니, 체 게바라 등 20세기의 인물과 역사가 18명을 호명하며 그들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을 취했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우리에게 어떤 생채기를 남겼는가?" 임 교수가 이 책에서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이다. 박정희, 김일성에게 쓴 두 통의 편지는 저자의 이런 문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통일민족국가 수립'이라는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 남북한 지도자들이 민족적 정통성의 확보를 놓고 벌인 민족주의 담론 투쟁은 치열했다. 임 교수는 우선 "항일 빨치산 출신 라이벌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인지 박정희 시대의 민족주의 드라이브는 가히 전방위적이었다"고 돌아본다. 박정희는 '국민교육헌장'과 '국기에 대한 맹세' 등을 통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을 내면화시켰고 경주 천마총, 공주 무령왕릉 등 고고학적 발굴을 지원해 민족문화유산의 위대함을 선전했다. 한글 전용을 공식정책으로 채택했고 역사교육의 목표를 오로지 민족적 주체성 함양으로 정했다.

민족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도록 교육받은 박정희 시대의 젊은이들이 1980년대 대학에 들어가 남북 지도자들의 해방 전 경력을 확인하고 당혹감을 느낀 것은 당연지사. 저자는 박정희에게 "(남한에서) 1970년대 의무교육을 통해 원리주의적 민족주의의 세례를 받은 이들이 (북한) 주체사상의 추종자가 된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며 "이 시대착오적인 김(일성) 장군의 추종자들은 당신의 사상적 사생아들이며 당신은 자식에게 배신당한 아버지"라고 일갈한다.

박정희와 대척점에서 서 있는 김일성 역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항일투쟁 경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장악했고 일제 잔재의 철저한 청산을 통치이념으로 내세워 장기집권했지만 한꺼풀을 벗겨보면 그 권력의 허구성과 모순은 쉽게 드러난다. 임 교수는 김일성의 권력에 신성(神性)을 부여한 매스게임, 집단체조, 집체극, 군무 등을 일종의 '정치종교'로 규정하고 그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민족의 태양이자 불멸하는 영혼, 민족의 지도자인 당신에 대한 개인숭배와 북한의 가족국가적 이상 역시 제국 일본의 천황 숭배를 빼놓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가요?" 천황제의 특징인 지도자 숭배를 통한 민족적 제의 형식이 실현된 곳은 전후 일본이 아니라 바로 김일성의 왕국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해악에 대한 비판서로도 읽을 만하지만, 저자는 나치의 2인자였던 헤르만 괴링을 불러내 유럽의 식민주의와 홀로코스트의 관계를 통찰하고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무솔리니를 호출해 후발 자본주의 국가의 파시즘과 제3세계 마르크시즘의 친연성을 고찰하는 등 무겁고 딱딱한 역사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어 역사교양서로서도 가치가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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