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ㆍ윤미연 옮김/푸른숲 발행ㆍ288쪽ㆍ1만3,500원
스위스의 젊은 철학자 알렉상드르 졸리앙(35)이 "갈망하는 영혼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쓴 철학책이다. 고대 희랍의 현인들, 스피노자, 에티 힐레숨 등 철학자 앞으로 보낸 편지글 형식으로 썼다. 몇 통의 편지는 졸리앙이 "벗이여"라고 부르는 '철학 부인(Dame Philosophie)'이 수신자로 돼 있다. 책은 철학으로 삶의 변화를 경험한 젊은이의 진솔한 고백으로 읽혀짐이 타당하다.
흔히 난수표 묶음처럼 여겨지는 철학은, 졸리앙의 13통의 편지 속에서 육화시켜야 할 세상의 코드가 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철학한다는 것은 나를 외면하기만 하는 세계 속에 나를 안표(眼標)하고 하나의 목적을 나에게 부여할 기회이자, 현실을 책임지고 '인간의 직무'를 즐겁게 완수할 기회다."
저자는 죄의식, 두려움, 생의 부조리 앞에서 철학의 쓰임새는 무엇인지,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삶의 달콤함보다는 시련에 익숙하기 때문에 행복한 순간에 마음을 열고 삶이 주는 무상의 선물을 마음껏 음미하기 힘들다"고 아프게 고백하지만, 다시 이렇게 몽테뉴의 목소리를 인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저마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 지금이 아닌 미래를 향해 달린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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