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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도덕 교육강좌' 日극우 소설가, 도덕적 위선에 독설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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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도덕 교육강좌' 日극우 소설가, 도덕적 위선에 독설 날리다

입력
2010.06.1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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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마 유키오 지음ㆍ이수미 옮김 / 소담출판사 발행ㆍ424쪽ㆍ1만2,000원"선생을 무시하라, 속으로만"자극적 제목의 풍자글 67편 부도덕한 행위의 이면 통해 인간과 사회 본질 끄집어

소설 로 잘 알려진 미시마 유키오(1925~1970)는 전후 일본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가다. 탐미적이고 비장감 넘치는 소설로 사랑받은 이 예술지상주의자는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한 극우주의자로도 유명하다. 일본 육상자위대 본부에 난입해 일본의 재무장과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자살했다.

는 그가 1958년 '주간명성'이라는 여성잡지에 연재한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그가 서문에 밝혔듯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도덕적'이라는 말을 비꼬아" 쓴 글들이다. '선생을 무시하라, 속으로만' '약자를 괴롭혀라' '남의 불행을 기뻐하라'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글 67편으로 풍자와 독설의 성찬을 벌이고 있다.

부도덕을 권하는 듯한 이 제목들은 역설적인 장치다. 도덕적인 척하는 위선을 꼬집고, 부도덕하다고 비난받는 행동의 이면을 들춰 인간과 사회의 어두운 본질을 파헤치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선생을 무시하라는 권고는 실은 닳고 닳은 어른의 세계에 쉽게 동조하지 말라는 경고다. "인생과 생활을 철저히 경멸할 수 있는 것은 소년기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이때 '마음 속으로'라는 단서는 표리부동이 현명한 처세로 통하는 세태를 환기시킨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악, 혹은 악 비슷한 것, 악인 혹은 악인 비슷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죽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그는 '어차피 죽을 바엔 성대하게, 더 요란한 방법으로', 그래서 '남에게 폐를 끼치고 죽어라'고 말한다. 그 방법을 생각해내는 게 귀찮아서 마음을 바꿀지도 모르니 그거야말로 자살 예방법이 아니냐며. 요컨대 엄살 떨지 말라는 구박인데, 이 능청스러워 보이는 충고에는 가시돋친 조롱이 박혀 있다.

이처럼 신랄한 태도는 '죽은 뒤에 험담하라' '자만심을 가져라' '죄는 남에게 뒤집어 씌워라' 등 다른 글에서도 내내 나타난다. 남이 잘나갈 때는 질투심에 욕을 하다가, 그가 죽으면 안심이 되어서 '장례식에 보낼 화환의 크기를 겨루기라도 하듯 칭찬을 다투어 뱉는' 세태를 꼬집으면서, '죽은 다음에 험담하는 게 더 인간적'이라고 이죽대는 식이다.

'남의 불행을 기뻐하라'는 글에 17세기 프랑스 풍자작가 라로슈푸코의 말, '우리는 모두 타인의 불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강하다'를 인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내 잘못이오' 하고 '잽싸게' 사과함으로써 면책을 받는 '교활함'보다는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더 정직하다는 주장 또한 반어법으로 봐야 할 것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 책을 내고 7년 뒤인 1966년 단편소설 '우국'을 쓸 무렵부터 극우주의자로 변신한다. '청년이여, 나약해져라' 등에서 그 전조가 보인다. "이 나라가 흐물흐물 물렁물렁한 연체동물과도 같은 청년들로 가득 메워진다면 재군비는 물론 파시즘이나 공산혁명에 대한 걱정도 사라질 것"이라는 글은, 패전 후 평화헌법을 지키는 일본을 못마땅해 하면서 빈정대고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약한 것을 경멸하며 연민을 거부하는 태도가 글 곳곳에서 느껴진다.

대체로 통쾌하고 유익한 위악과, 더러 위험한 농담이 뒤섞인 이 책을 그는 술집에 비유하며 자신을 옹호했다. 마지막 글 '끝이 나쁘면 모든 게 나쁘다'에 이렇게 썼다. "나의 가게에서 내놓은 칵테일에는 모두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어있으나, 이름만큼 그리 나쁜 술은 아니다.

다만 선량한 술도 바텐더의 솜씨에 따라서는 이렇게 악마적인 맛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이 주장에는 반만 동의하고 싶다. 그가 내놓은 칵테일이 모두 맛있는 건 사실이지만, 해로워 보이는 것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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