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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진주냉면, 평양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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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진주냉면, 평양랭면

입력
2010.06.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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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냉면을 '겨울철 제철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이 있듯, 옛사람들이 추운 겨울에 찬 음식을 즐기던 '이냉치냉'(以冷治冷)의 여유가 냉면에 있다.

고종 황제도 냉면을 좋아하셨다고 전한다. 황제부터 백성까지 한국사람치고 냉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싶다. 겨울 냉면이 여름철 대표음식이 된 지 오래다. 날이 더워지면서부터 남쪽에서는 '냉면'을, 북쪽에서는 '랭면'을 먹는다. 요즘 평양냉면을 물냉면으로, 함흥냉면을 비빔냉면으로 맛없이 부른다.

평양냉면, 함흥냉면이라는 제 이름을 불러줄 때 한 맛 더 나는 법이다. 광복 60주년 행사로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다. 더운 여름이었으니 대동강변의 옥류관 냉면을 지나칠 수 없었다. 과연 '평양랭면'이었다. 구수한 메밀의 맛이 전분을 많이 쓰는 남쪽과는 달랐다.

에피타이저로 불고기가 조금 나오고 이어서 '랭면'이 나오는 것도 달랐다. 그땐 '우리 민족끼리!'란 말이 유행어였다. 요즘 남북이 왜 이렇게 멀어졌는지. 예로부터 남쪽엔 진주냉면이, 북쪽엔 평양냉면이 최고라 했다. 해물육수를 사용하는 진주냉면이 다시 복원돼 냉면 마니아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북쪽엔 '진주냉면'을, 남쪽엔 '평양랭면'을 권하고 싶은 날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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