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차기 당권을 둘러싼 주류ㆍ비주류간 기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의 회의체 '쇄신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2년 전쯤 민주당에는 인물도, 정체성도, 정책도 없다고 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것뿐만 아니라 민주당에는 철학, 투지, 전략, 비전, 당내 민주주의, 국민과의 소통, 자기반성도 없다고 본다"고 '민주당 10무(無)론'을 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이명박 정권의 폭정을 강력히 견제하겠다는 선명 야당적 자세를 기르지 못했고 민생비전과 정책을 뚜렷이 제시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비주류 진영은 정세균 대표의 임기연장도 문제삼고 있다. 7ㆍ28 재보선 일정을 감안해 전당대회가 8월 말로 연기되면서 정 대표가 임기만료(7월6일) 이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비주류측 한 재선의원은 "당권 재도전에 나설 것이 확실한 정 대표가 전대 전까지 대표직을 맡겠다는 것은 선수가 심판을 보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주류측은 "지도부 흔들기"라며 비주류측의 주장을 일축하는 분위기이다. 먼저 임기연장 문제와 관련해, 당 핵심 관계자는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임기만료 3개월 전후 내에 전대 날짜를 정하면 그때까지 연장된 대표 임기는 자동적으로 당헌당규에 의해 보장된다"면서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전대를 재보선 이후에 치르자는 것은 비주류측 요구 아니었냐"고 반문했다.
주류측은 '민주당 10무론' 같은 당 쇄신 주장에 대해서도 "현 지도부를 공격하기 위해 지나치게 문제점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에는 송영길 안희정 같은 차세대 리더도 있고,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비주류측과 충분한 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