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사막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발자국 하나, 그 생명의 흔적이 지니는 온기의 힘을. 하지만 사막은 발자국을 품지 않는다. 잠시 패이더라도 한줌 바람으로 가뭇없이 지워버린다. 사막이 외로운 것은 발자국을 품지 않기 때문이다.
저 사구(沙丘)의 발자국들은, 그러므로 희망이다. 힘겹지만 끊기지 않고 실핏줄처럼 이어져 언덕 너머 황하의 물길까지 땅의 혈관을 이어놓겠다는 의지의 퍼포먼스다.
한중문화청소년센터(미래숲) 회원들이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함께 지난 달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사막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활동을 벌였다. 마침 마른 하늘에서 비가 내렸고, 그래서 저 발자국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해가 떠서 땅이 마르면 흔적은 또 지워져 매끈한 불모의 언덕으로 돌아갈 테지만, 모래 땅에서 미래 숲을 꿈꾸는 이들의 기억 속에는 남아, 태양의 폭력에도 주눅들지 않는 희망의 화인(火印)이 돼줄 것이다.
한국일보 사진부 가 찍은 저 사진(5월 25일자)이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손용석)가 주최하고 캐논코리아 컨슈머이미징이 후원하는 이달의 보도사진상 시사스토리부문 최우수상을 탔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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