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지방 미분양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중견 건설회사들의 부도 공포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줄이고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4ㆍ23'대책을 내놓았지만, 얼어붙은 주택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의 경영난과 집값 하락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져 회복세에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위험성마저 제기된다. 정부에 대해 더 강도 높은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력이 고조되는 배경이다.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대책의 핵심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대출 규제 완화 없이 실종된 수요를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6ㆍ2지방선거 참패가 주택금융 규제로 집값이 떨어진 탓이라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주택가격의 안정 기조는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제 국회 답변에서 "규제가 완화되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정부의 현실 인식이 옳다고 본다. DTI는 집값 상승을 막는 중요한 장치이지만, 금융기관 및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효과도 크다.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2배로 늘어나 700조원을 훨씬 웃돈다. 최근 2년 새 100조원 이상 불어났다. 그나마 DTI 등의 규제가 작동해 가계 발 금융불안의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조만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DTI 규제를 푸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우리나라 집값은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지금은 과도한 거품이 조금씩 걷히며 주택시장이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실수요자의 거래 불편을 해소하고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속도를 조절하는 등 미세조정 수준의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의 고통을 참기 어렵다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를 더 늘려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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