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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여행 - 노르웨이 피오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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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여행 - 노르웨이 피오르드

입력
2010.06.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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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옥색 유리 바다를 깬다

내륙 깊숙이 침투한 바다 피오르드를 따라 펼쳐지는 대자연과, 그곳에 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놓은 아름다움을 즐긴다. 노르웨이를 즐기는 방법이다.

노르웨이 피오르드 여행은 베르겐을 중심으로 시작되는'노르웨이 인 어 넛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당일 코스부터 며칠이 걸리는 코스까지 다양하다. 노르웨이의 속살을 만끽하고 싶다면 수도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열차-페리-버스-쾌속선으로 이동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적당하다.

여행은 오슬로 중앙역에서 베르겐 철도를 타고 시작된다. 1909년에 완공된 이 철도는 1,200m가 넘는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럽에서도 가장 풍광이 수려한 철도로 꼽힌다. 피오르드를 따라 가던 철길은 어느새 유리처럼 투명한 강물을 휘감고 돌아간다.

강물에 비치는 마을 풍경이 데칼코마니처럼 완전한 대칭이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 이명현상에 익숙해질 즈음 초록의 풍경은 완전히 딴 세상으로 바뀐다. 고원을 뒤덮고 있는 만년설이 계절을 겨울로 되돌리는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촬영지였다는 핀세역 인근은 간간이 보이는 집이 아니라면 낯선 행성에 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넋을 잃고 4시간쯤 지나면 열차는 플람 철도로 갈아타는 미르달역에 도착한다. 해발 866m의 미르달에서 해수면과 가까운 플람으로 하강하는 이 길은 철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거리는 20km에 불과하지만 한 시간이 걸린다.

눈사태 위험을 피하기 위해 20개의 터널이 계곡을 세 차례 가로지르며 꼬불꼬불하게 연결됐기 때문이다. 그 사이 눈 덮인 산과 깎아지른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 초록으로 반짝이는 산비탈의 농장 등, 노르웨이의 산악풍경이 천천히 다가왔다 멀어진다. 엽서에서 많이 본 듯 익숙한 풍경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플람부터는 본격적인 피오르드 관광이 시작된다. 송네 피오르드의 지류인 아울란즈와 내로이 피오르드를 연결하는 2시간 여정이다. 최대 폭은 200m에 이르지만 협곡을 따라 흐르는 물길은 바다라기 보다는 강처럼 느껴진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옥색 물이 깊은 바다라는 사실을 말해줄 뿐이다.

미끄러지듯 항구를 빠져나가는 페리호를 따라 갈매기들이 배웅을 나온다. 오르락 내리락 날개 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계절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 굽이 돌 때마다 그림 같은 마을이 다가오고, 눈 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하늘에서 떨어진다. 배 엔진 소음도 갈매기 울음도 관광객의 탄성도 풍광 속으로 잦아든다. 목적지인 구드방겐에 도착할 무렵엔 세상의 모든 소음은 사라지고 오롯이 대자연의 장엄함만 남는다.

구드방겐에서 송네 피오르드의 작은 마을 비크까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배에서 올려봤던 눈 덮인 산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해발 370m의 산 중턱에 위치한 스탈하임 호텔은 자연풍광이 아닌 노르웨이의 또 다른 힘을 보여준다. 1885년에 호텔영업을 시작했으니 100년이 넘었다.

1750년부터 여관으로 사용되던 20여 채의 목조 주택은 민속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작나무 껍질을 겹겹이 올려 만든 지붕에 잡초가 무성하다. 건물 내부는 가구에서부터 주방에서 사용하던 숟가락 하나까지 잡다하리만큼 온갖 물품들로 빼곡하다. 전시된 물건 차체 보다는 전통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더 놀랍다. 문득 내부가 텅 빈 강원도의 너와집이 떠올랐다.

다시 페리를 타고 발레스트란으로 이동한다. 페리 선착장에서 마을까지는 직선거리로 불과 300여 미터지만 계곡을 파고든 피오르드를 따라 10km를 돌아가야 한다. 관광버스 1대가 지나가면 꽉 차는 도로이다.

마주 오는 차를 위해 곳곳에 대기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강보다 짧은 거리, 충분히 다리를 놓을 수도 있지만 편리함 보다는 느림을 택했다. 그러고 보니 오슬로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한번도 다리를 지난 기억이 없다. 최대한 보존하고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갖췄다.

송네 피오르드를 쾌속선으로 4시간 이동하면 여정의 종착지인 베르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도 답답하리만큼 전통을 지켜나가려는 노르웨이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항구로 들어서면서 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브리겐 구역의 목조건물은 수직 수평이 맞지 않았다.

현대 건축술이면 충분히 반듯하게 할 수 있겠지만, 일년 내내 수많은 돈을 들여 고집스레 톱과 망치로 나무를 덧대는 전통기법으로 보수를 계속하고 있다. 중세 한자동맹 시대 독일 상인들의 생선과 곡물 보관창고였던 이곳이 지금은 전통 공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 여행수첩/ 노르웨이

● 노르웨이 물가는 우리의 3~4배 수준. 생수 1병에 6,000원에 달하지만 수돗물을 그냥 마실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노르웨이는 EU 비가입국이다. 현지에선 유로화가 아닌 노르웨이 크로네화를 쓴다. 1크로네는 요즘 185원 정도. 대부분 상점과 식당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북위 60도선의 북국이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다. 피오르드 여행을 하려면 여름에도 바람막이 외투 정도는 준비하는 것이 좋다.

● 대부분 지역에서 와이파이(Wi-Fi) 전파가 잡힌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여행객에겐 편리하지만 암호입력이 필요할 때가 더 많다. 호텔에선 원하는 투숙객에게 무료 아이디를 제공한다. 쾌속선에도 무료 와이파이 전파가 잡힌다.

외국인에게 인색하리만큼 영어 안내판이 부족하다. 그러나 모든 안내책자에는 영어가 병기돼 있고, 국민들 대부분이 영어를 잘한다. 관련 웹사이트 ● www.visitnorway.com, ● www.fjordtours.com, ● www.visitoslo.com, ● www.visitbergen.com, ● www.nsb.no, ● www.flaamsbana.no ■ 비겔란 조각공원/ 세계 최대 규모…만지고 올라타며 노는 365일 열린 광장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비겔란 조각공원은 850m의 산책로를 따라 200여 조각군과 600여 조각상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구스타프 비겔란(1869~1943) 단 한 사람의 작품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큰 조각공원이다.

비겔란 조각공원은 1931년 오슬로 시당국으로부터 승인 받아 1939년부터 10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비겔란은 작품뿐만 아니라 공원의 전체적인 밑그림까지 구상했다. 공원 자체가 그의 작품인 셈이다.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모놀리스는 비겔란 공원의 상징이다. 인근 할덴 지역에서 배로 실어 온 수백 톤 무게의 단일 화강암으로 14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되었다. 작품 높이는 14m, 초석을 포함하면 17m가 넘는다. 비겔란은 이 단일 화강암에 121명의 인물이 뒤엉킨 모습을 조각해 인간의 일생을 표현했다.

정문을 지나 공원으로 통하는 다리에는 58명의 청동상이 난간을 장식하고 있다. 남녀노소인간군상의 관계를 다양한 형상과 표정으로 빚어 놓았다. 떼를 쓰는 듯 우는 어린아이 조각상은 실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실감난다.

공원은 진지하거나 엄숙하지 않았다. 넓은 잔디밭에선 소풍 나온 학생들이 게임을 하고 한쪽에선 가족단위 나들이 객들이 바비큐 파티를 하는 등 오슬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든 작품은 맘대로 만져볼 수도 있고, 심지어 조각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거나 걸터앉아 쉬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서로에게 열린 공간이고 광장이다. 한 사람의 예술가를 위해 기꺼이 공간과 자금을 내어 준 오슬로 시민에게 비겔란이 되돌려준 선물이다. 공원은 365일 24시간 개방돼 있다.

오슬로(노르웨이)=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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