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수 24-8에 공 점유율 63%-37%. 이기는 게 당연했지만, 결과는 0-1 패배였다. ‘무적함대’ 스페인(FIFA 랭킹 2위)은 17일(한국시간) 끝난 남아공월드컵 H조 스위스(20위)와의 1차전서 0-1로 덜미를 잡혔다. 2006년 11월부터 치른 49경기에서 패배는 한 차례 뿐에다 지난해 6월까지 A매치 3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펼치던 스페인이다.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그 동안의 잔혹사가 머리에 박힌 스페인은 ‘월드컵 징크스’가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조직력과 개인기를 두루 갖춘 ‘완성형 팀’ 스페인은 역대 월드컵에서 단골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한 번도 우승컵에 입을 맞추지 못했다. 1950년 브라질월드컵 때의 4위가 최고 성적이다.
2회째인 1934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 국제무대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페인은 다음 대회인 193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진출 좌절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최근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에서 한국과 연장전까지 0-0 무승부 후 승부차기 끝에 3-5로 졌고, 2006년 독일월드컵 16강에서는 프랑스에 1-3으로 패했다.
남아공월드컵은 스페인이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챔피언 타이틀을 안고 나서는 무대. ‘이번에야말로’를 외쳤지만, 첫 경기부터 꼬일 대로 꼬이고 있다. 파울 21개를 하는 동안 옐로 카드 4개를 받을 만큼 작정하고 나온 스위스의 수비진은 경기 내내 호화군단의 발을 꽁꽁 묶었다.
‘마구(魔球)’로 불리는 자블라니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스페인 팬들의 한숨을 불러일으켰다.
역대로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팀은 다음 월드컵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96년과 2000년 유럽 챔피언인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실패와 16강 실패의 고배를 들었다. 또 유로 2004에서 깜짝 우승을 일군 그리스는 2006년 독일월드컵 때 본선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그 동안의 월드컵 징크스만으로도 골치가 아픈 스페인에 ‘유럽 챔피언의 저주’까지 씐 걸까. 다음 경기는 22일 온두라스(36위)전. 지면 끝이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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