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득점에 22실점. 칠레는 남아공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많이 넣고 많이 내줬다. 예선 18경기 성적은 10승3무5패. 32골은 33골의 브라질에 이은 남미 최다 득점 2위 기록이었다. 그러나 실점 역시 많아 불명예 1위에 올랐다. 쉴 틈 없는 '공격 앞으로'가 보는 이로 하여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빈틈도 많았다.
16일(한국시간) 남아공 넬스프뢰이트의 음봄벨라 경기장에서 열린 H조 첫 경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 칠레가 북중미의 다크호스 온두라스(36위)를 1-0으로 물리치고 산뜻한 출발을 했다. 아르헨티나를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로 이끈 마르셀로 비엘사 칠레 감독은 지난 2월 지진으로 500명 이상이 희생 당한 칠레에 귀중한 선물을 안겼다.
예선과 마찬가지로 칠레는 짧고 빠른 패스를 앞세워 줄기차게 공격을 퍼부었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알렉시스 산체스(우디네세) 등을 필두로 온두라스 골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마이노르 피게로아(위건)로 대표되는 촘촘한 온두라스의 수비벽은 전반 34분에 열렸다. 중앙에서 연결된 칠레의 스루 패스가 오른쪽 측면의 마우리시오 이슬라(우디네세)에게 절묘하게 배달됐고, 이슬라의 날카로운 오른발 크로스가 골로 이어졌다. 온두라스 수비수가 다급하게 걷어낸 공이 쇄도하던 장 보세주르(아메리카)의 몸에 맞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칠레는 후반에도 양 측면을 부지런히 파고 들었으나 결정적 슈팅들이 육탄 수비에 막히면서 한 골차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예선 때 걱정을 낳았던 칠레 수비는 결과적으로 무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온두라스의 역습에 중앙 수비가 훤히 뚫리는 모습. 덕분에 끊임없이 주고 받는 공방이 대회 초반 싱거운 승부에 답답해 했던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고도 남았다.
28년 만에 본선에 오른 온두라스는 윌슨 팔라시오스(토트넘)를 앞세워 상대 골문을 위협했으나 골 결정력 부족이 아쉬웠다. 사상 첫 본선 승리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앞서 열린 G조 경기에서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북한이 세계 최강 브라질(FIFA 랭킹 1위)을 상대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노렸으나 1-2로 패했다. 북한은 지윤남이 종료직전 만회골을 넣는데 만족해야 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과 디디에 드로그바가 나선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는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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