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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강제병합 100년 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인터뷰] (2)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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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강제병합 100년 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인터뷰] (2) 경제

입력
2010.06.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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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 회장"韓日 산업·경제구조 고도화…中포함 앞서 양국 FTA 체결부터"

지난달 일본 경제계를 대표하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에 취임한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ㆍ73) 스미토모(住友)화학 회장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에 앞서 한일 FTA를 먼저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 도약 원동력 중 하나로 "교육열"을 꼽는 그는 한일이 상호 경제협력을 넘어 제3국에서 서로를 자극해가며 발전하는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양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했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국일보가 일본 제휴사 요미우리(讀賣)신문과 함께 마련한 한일 각 분야 대표 인물 연쇄인터뷰 가운데 경제분야 요네쿠라 회장을 15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게이단렌 회장실에서 만났다.

-한일강제병합조약 체결이 올해로 100년을 맞습니다. 그 동안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일에 불행한 과거가 있었고 우리의 선대가 한국민에게 고통을 안겼다는 것은 죄송할 뿐 아니라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역사를 직시해 미래의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역사적 인식 위에서 미래지향형 관계를 구축해 가는 것입니다."

-한일 FTA 교섭은 2004년 가을부터 중단됐습니다. FTA에 대한 한일 경제계의 기대와 과제는 무엇입니까.

"한중일 FTA 연구를 지난달부터 시작해 2012년 끝내는 일정을 마련했습니다. 한중일 FTA에 앞서 한일 FTA를 먼저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일은 산업ㆍ경제구조가 고도화해 있고 한국경제에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이후 구조조정ㆍ산업특화정책 등을 통해 현대, 삼성, LG 등은 강한 기업체들이 됐습니다. 일본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일 FTA의 공동 연구나 교섭을 위한 지반은 조성됐다고 봅니다. 아직 여러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일관계 및 동아시아공동체의 미래 모습이나 이후 양국이 얻을 이익을 생각하면 한일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한일 무역적자를 양국 경제 교류의 중대 숙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산업고도화는 원료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즉 생산성을 높여 국력을 고양해가는 과정입니다. 일본도 천연자원 없이 수입 재료를 가공해 만든 제품의 판매를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스미토모화학도 액정TV 패널 재료를 한국 평택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져온 원재료에 부가가치를 붙여 삼성에 공급하고 삼성은 거기다 더 부가가치를 붙여 수출합니다. 결국 스미토모도 한국내 국내총생산(GDP)에 공헌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역적자는 양국 관계와 함께 제3국 관련 협력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제3국 수출까지 모두 통틀어 어떤가를 파악하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제3국에서의 협력도 있습니다. 2008년 한일 경제관계, 기술 이전의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석유화학, 건설, 자동차, 철강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은 매우 중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한 상태고 기술 이전도 활발했으며 인재육성 노력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동아시아공동체를 추구해 가기 위해서는 중국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과는 어떻게 협력해 나아가야 합니까.

"중국은 일당독재체제로 정치제제가 다르긴 하지만 공산당이 간부 교육에 열심이고 다롄(大連) 같은 곳에서는 시민 여론조사를 매년 실시해 그에 맞춘 정책을 실시합니다. 상당히 민주적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매우 신속하게 착수해 빨리 완성하고 한일은 기술력과 교육수준이 높습니다. 리먼 쇼크 이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성장의 핵심이 바뀌었습니다. 현재 한일간 경제 교류는 한중일 차원이 되면 그 규모가 더욱 커집니다. 세 나라의 내수도 커질 것입니다. 서로 자극해 가는 것입니다."

-삼성, LG의 약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약점은 느끼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국내시장이 다소 작다는 점 정도일 것입니다. 강점은 국민이 매우 근면하고 정열을 갖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높은 점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스미토모 평택 공장에서 설계 능력을 개선해 제품 공급을 20% 늘렸지만 더 많은 제품이 필요한 삼성전자 사장이 한밤중에 스미토모 공장을 둘러보고 아직 증산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 공장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술개발력을 어떻게 높일까를 늘 생각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많습니다. 그래서 스미토모도 연구개발을 畸뮌막?옮겼습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 열의가 매우 높은 것에는 감동합니다."

-한국 경제의 강점들은 지금 일본이 잃어버린 메이지(明治) 유신의 이상과 같은 것이네요.

"지금 일본에 부족한 것은 교육입니다. 무리도 아닌 것이 저출산으로 자녀가 하나밖에 없으면 부모가 엄해도 조부모가 4명 있으니 감싸게 마련입니다. 일본의 젊은이는 매우 소극적이 돼가고 있습니다. 유학생이 줄어들고 사원 가운데에도 해외근무를 싫어하는 부류도 생깁니다. 모험을 하기 싫어하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에 갔을 때 이건희 삼성회장에게서 자녀 교육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강해진 것은 어머니가 열심이기 때문'이라며 이 회장은 '한국에서는 어머니가 강하고 아버지가 자녀에 완전히 무관심하고 조부모가 돈이 많은 3가지 조건을 갖추면 대단한 아이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일본 경제가 정체돼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일본 경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본이 정체한 것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처리에 너무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10년간이 그랬습니다. 잃어버린 10년입니다. 그 후 일본 경제는 세계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2007년 초반까지 성장은 해왔지만 리먼 쇼크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일본은 20년간 정체 속에 있는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경영자가 보수적이 됐습니다. 연구ㆍ개발 성과는 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됐습니다. 지금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의 대두로 아시아 내수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본의 경영자도 자신감을 회복해 새로운 기술, 제품을 만들어내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는 기개 있는 대처를 해나가야 합니다. 경제 전체가 성장하지 않으면 사회보장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장래가 불안하니까 소비도 정체하는 것입니다."

-소행성탐사기 하야부사의 지구 귀환으로 일본 전체가 들떠 있습니다. 이 같은 연구가 일본에서 약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야부사에는 여러 회사의 여러 시스템이 들어 있습니다. 기술 하나하나가 실패했을 때 남아 있는 기술을 원격조작해서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다양한 기술을 어떻게 조합해 신제품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앞으로 중요해질 것입니다. 일본에 가장 부족한 것은 요소 기술을 조합하는 통합ㆍ조정 능력입니다. 하야부사를 통해 일본도 하면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 회장

▦1937년 효고현 고베시 출생

▦1960년 도쿄대 법학부 졸업 스미토모화학공업 입사

▦1965년 미국 듀크대 경제학 석사

▦1986년 스미토모화학 기획실 부장

▦1995년 스미토모화학 상무이사

▦1998년 스미토모화학 전무이사

▦2000년 스미토모화학 사장

▦2004년 게이단렌 부회장

▦2008년 게이단렌 평의원회 의장

▦2009년 스미토모화학 회장

▦2010년 게이단렌 회장

■ 후기/ 한국의 성장동력 '열의'에 큰 관심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지금 적잖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본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이 우선 급하다. 지난해 민주당 정권교체 이후 정치권력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도 중요 과제다. 2004년부터 정당정책평가 제도를 도입해 이 점수에 따라 회원 기업에게서 거둔 돈을 거의 대부분 자민당에 건네왔던 게이단렌에 민주당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결국 게이단렌은 정책평가를 중지하고 정치헌금을 회원사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지난 달 말 취임한 요네쿠라(米倉) 회장이 지고 가야 할 짐은 그래서 여느 게이단렌 회장보다 무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이었다. 신흥공업국의 발전이 일본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며,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일의 긴밀한 경제교류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그러기 위해 한국의 성장 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열의'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요네쿠라 회장 집안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일제강점기 한반도 최대 고무회사였던 부산의 산와(三和)고무 초대 사장이 그의 작은 할아버지다. 일본 경제계 수장으로 이번에는 그가 한일 경제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

인터뷰=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우에 이치로(宇惠一郞) 요미우리신문 편집위원

■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韓 추진력과 日 기술력 협력 통해 동북아 경제권 중심돼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CJ그룹 회장)이 14일 한국일보 창간 56주년을 맞아 요미우리 신문사와 공동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손 회장은 "지금껏 경제 발전을 위해 두 나라가 힘을 모아 온 것처럼 앞으로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루 빨리 성사시켜 양국간의 교류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며 "최근 천안함 사태로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우려 섞인 시선이 있지만 걱정할 사항은 아니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일 이유도 전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까지 두 나라 경제 관계는 어떻게 발전했다고 평가하십니까.

"1960년대 한국이 본격적으로 경제 개발과 발전을 시작한 이후 두 나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일본은 70~80년 대 기술과 투자를 통해 한국의 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투자를 한 국가입니다. 한국은 설비, 부품 소재의 주요 수요자로서 일본에게는 큰 시장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한일 두 나라 사이의 경제 교류 상황은 어떠한지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 양국 정상의 만남 기회가 늘어난 것과 궤를 같이해서 기업인들의 교류 역시 과거보다 활발해 지고 있습니다. 만나는 기회가 많아져야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법인데 전에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또 단순히 만나는 차원을 넘어 비지니스 서밋(Business Summit) 등 구체적 내용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익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일 무역 역조가 계속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만 해도 대일 무역 역조가 276억 달러나 발생했습니다. 한일 경제인들이 만나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도 이 문제입니다. 특히 부품 소재 분야에서 무역 역조를 어떻게 푸느냐가 큰 숙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측은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까.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전북 익산, 경남 창원, 경북 구미 등 3곳에 부품소재 전용공단을 만들고 입주기업에 대한 입지·세제·현금 지원 등 투자 인센티브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산에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또 다른 공단을 만들고 있습니다. 부품 소재 관련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이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줘야 하고 인력 교류를 포함해 기술 개발 협력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역 역조 해소를 위한 일본 측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투자 여건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물론 지금까지도 일본은 (한국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투자 여건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노사 문제를 걱정해 왔는데 과격한 노동 쟁의도 많이 줄었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도 많은 걱정들이 있습니다만 남북 모두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며 한국 정부 역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해외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일 필요도 없는 것이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문화적으로 밀접한 두 나라 사이에 FTA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그 동안 실무자들도 여러 번 만났고 파급 효과,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는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FTA가 이뤄지면 일본은 농산물 시장의 피해를 한국은 산업 생산품의 피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부분이 FTA 협상 진행을 더디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분명한 건 FTA는 두 나라 경제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교역량의 50%가 FTA를 맺은 나라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FTA로 이득을 볼 산업 분야가 있고 아픔을 겪는 분야도 있기 마련입니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두 나라가 각자 어려움을 당하는 쪽을 어떻게 구제하고 보상하느냐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서로 일부는 양보를 해야 합니다. 풀기 쉬운 부분부터 차근차근 해결해야 합니다."

-한일 두 나라를 하나로 묶는 공동시장 창설 의견도 있습니다.

"우선 FTA가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언젠가는 논의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무섭게 커가는 중국의 존재에 대해 한일 두 나라가 함께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계심을 갖고 볼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경제 확대 실체를 인정하고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치 상태가 아니라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기회로 삼아야 할까요.

"중국은 12억 인구를 가진 세계 2위의 수입 시장입니다. 이 시장을 활용해야 합니다. 중국의 거대한 소비재 시장이면서 부품, 소재의 거대한 공급처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일본에서 부품, 소재를 샀던 것처럼 중국도 우리에게 부품 소재를 사가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합니까.

"대 중국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기술, 디자인, 서비스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한국, 일본이 함께 대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보통신(IT) 분야 등 첨단 기술 공동개발, 전문 인력 교류 등 기술 협력 환경을 만드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한중일 3개 국가간 표준 협력 및 투자 협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표준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중일 3개 나라가 표준화를 위해 공동 노력을 서둘러 진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세 나라가 세계 시장의 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애써야 합니다. 투자협정은 한중일 FTA 체결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한중일 3국이 투자 보장 수위를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과 한국 기업을 배우자는 얘기가 많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과감한 추진력만큼은 평가 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그런 추진력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과감한 신규 투자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성장 기회를 잡았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맞춰 기업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창의 경영도 적극 추진했습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건전한 경영 풍토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배울 점 역시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입니까.

"일본 경제는 여전히 강합니다. 부품, 소재 산업과 기초 기술은 세계가 인정할 정도입니다.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역시 강합니다. 특허 건수만 봐도 일본은 3만5,000건이 넘어 8,700건의 한국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상품 숫자에서도 우리보다 훨씬 앞섭니다. 부품 개발에 있어 협력업체와의 협업 체계를 잘 만들어 놓는 등 기업 경영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 등도 일본의 강점이라고 봅니다."

■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1939년 서울 출생

▲1961년 서울 법대 졸업

▲1968년 미 오클라호마 주립대 경영학 석사(MBA)

▲1991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1994년 CJ㈜ 대표이사 회장

▲1995년 CJ그룹 회장

▲2005년 대한ㆍ서울상공회의소 회장

■ 후기/ 日韓 경제인 '만남의 장' 중요성 거듭 강조

손경식 회장은 인터뷰 내내 "일한 경제관계는 항상 미래지향이어야 한다"는 자세를 취했다. 일한 쌍방의 경제인이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만남의 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도 그 만남을 통해 구축된 신뢰가 다음 단계의 토대가 된다는 신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다. 일한자유무역협정(FTA)이나 경제자유화협정(EPA)이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구조적인 무역불균형 문제도 즉효약은 없다. 그러나 새 체제로 출범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한국 재계가 얼굴을 맞대고 깊은 교류를 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일본에서는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약진하고 있는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손 회장은 한국기업의 강점에 대해 '과감성과 스피디한 경영추진력'으로 요약한 손 회장의 평가에 많은 일본 기업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일본은 목하 어떤 길을 개척해야 하는지를 고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건강한 모습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인터뷰=다케코시 마사히코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

한창만 한국일보 산업부 차장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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