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부딪치거나 넘어지지 않았는데 온 몸이 쑤시고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옷도 제대로 입고 벗을 수 없는데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아도 아무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꾀병'으로 오해를 받는다. 이는 아직 병명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섬유근통증후군 증상이다. 30~40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고 전 인구의 2%가 앓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ㆍ사진)'는 섬유근통증후군 통증 치료로 유일하게 승인된 약이다. 2005년 1월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그 해 6월에는 대상포진 후 신경병증 통증을 포함해 말초신경병증 통증까지 적응증을 넓혔다. 2007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섬유근통증후군 치료제로 공식 승인을 받아 2007년 미국 타임지가 뽑은 '올해의 의학혁신'으로 선정됐다.
섬유근통증후군 통증으로 환자의 65%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이런 증상으로 만성통증 환자의 9~33%가 직장까지 잃었다는 통계도 있다. 통증은 대개 근육과 뼈, 인대가 이어지는 부분에서 생기는데, 목과 어깨 쪽에서 시작돼 온 몸으로 퍼진다. 많은 환자가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런 통증을 저절로 없어지거나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해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 리리카 출시 전에는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수면장애 치료제, 만성피로 약, 항우울제 등으로 증상만 일시 완화했다.
리리카는 과도하게 흥분된 신경세포의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신경세포 활동을 진정시켜, 그 기능을 정상세포 수준으로 만들어줌으로써 통증을 줄인다. 섬유근통증후군 환자 1,800명을 대상으로 리리카(하루 300~450㎎)를 투여한 결과, 통증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악화했다.
또한, 리리카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인한 통증도 완화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고혈당으로 인한 미세혈관 손상이나 대사이상이 원인이다. 발과 발가락의 신경이 손상되면서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전기충격이 오듯 찌릿찌릿하기도 한다. 이불 같이 부드러운 것에 닿기만 해도 아프고, 밤에 통증이 더 심하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 2,500명에게 리리카를 처방한 결과, 환자의 26~47%가 처방 후 통증이 50% 이상 줄었고, 잠도 잘 자게 됐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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