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사진을 모아두는 앨범을 정리하다 문득 사진 말고 다른 걸 하나 끼워두기로 했다. 지난 어버이날 전날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들어온 카네이션을 곱게 펴서 사진 사이에 놓고 투명한 속지를 씌웠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게 해준 소중한 선물,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될 때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다.
아이가 준 카네이션은 물론 진짜 꽃은 아니다. 색종이를 꽃잎 모양으로 오려 붙여 만든 가짜다. 진짜 카네이션처럼 꽃잎을 겹겹이 두른 모양도 아니고, 평평한 종이 꽃잎 달랑 두 장이다. 그 아래엔 아이 얼굴 사진과 '엄마, 사랑해요'라고 쓴 종이 리본이 붙어 있다. 교사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어쨌든 내 아이가 준 첫 카네이션은 세상 어느 꽃보다 예뻤다.
5월은 1년 중 카네이션 수요가 가장 많은 달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외였다고 한다. 여느 해보다 크게 감소한 일조량과 연이은 이상저온 현상 때문에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외국서 대량 수입되는 값싼 카네이션도 국산 수요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204만7,000달러어치의 카네이션이 수입됐다. 꽃은 주로 중국, 묘목은 동남아시아에서 들어왔다. 이처럼 화훼를 수입할 때 지불하는 비용에는 많은 경우 해당 품종에 대한 로열티가 포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 카네이션이 없는 건 아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이뤄진 육종사업 덕분에 현재 20여 가지 국산 품종이 나와 있다. 문제는 가격 경쟁력. 국내 꽃 시장 규모가 워낙 작고 소비자의 기호 변화도 잦다 보니 화훼 관련 농가나 업체도 영세할 수밖에 없다. 반면 품질 좋고 값은 싼 우수 품종을 개발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기존 품종끼리 교배해 나온 자손을 다시 키우고 교배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우리 풍토에 맞는 새 품종을 얻을 수 있다. 육종학자들 사이에서는 종자를 3,000개는 뿌려야 그 중 하나가 신품종이 된다는 말도 나온다. 꽃이 3,000송이는 필 때까지 물 주고 비료 주며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리 빨라도 최소 5년 이상 걸린단다.
영세한 화훼 농가나 업체가 경쟁력 갖춘 국산 신품종을 육성하기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성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연구관은 "외국에선 개인이나 민간기업이 화훼 육종을 많이 하는데 국내에선 국책연구사업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반갑게도 2008년부터 국내에서 카네이션 육종 연구가 다시 시작됐다. 기술만큼 우리 품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5년 뒤 어버이날, 아이 손에 우리 땅에서 새로 육종한 카네이션이 들려 있길 바란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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