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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M&A '고려대 동문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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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M&A '고려대 동문 삼국지'

입력
2010.06.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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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으로 우리금융지주를 둘러싼 은행 인수ㆍ합병(M&A) 대전은 이제 '동문(同門) 전쟁'으로 좁혀졌다. 매물이 될 우리금융의 이팔성 회장, 그리고 우리금융의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자인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과 KB금융의 어윤대 회장(내정자)까지, 세 명의 CEO가 모두 고려대 출신으로 짜여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학창시절부터 오랜 금융계 생활을 거치며 '호형호제'수준의 친분을 쌓아온 관계.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서는, 절체절명의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절친', 그 이상

이들은 모두 1960년대 초반 고려대를 함께 다닌 선후배와 동기 사이. 특히 우리금융을 놓고 정면대결을 벌여야 하는 김승유 회장과 어윤대 내정자의 관계는 각별하다 못해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우선 두 사람은 고교(경기고)와 대학 학과(고려대 경영대)까지 똑같다. 김 회장이 어 내정자의 2년 선배.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는 수십 년을 이어오고 있다. 어 내정자가 고려대 총장 시절 김 회장에게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수여했고, 김 회장은 고려대 주거래은행이기도 한 하나은행을 통해 80억원의 학교 발전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후 김 회장은 어 내정자가 교수로 있던 고려대 경영대 교우회장도 맡았다. 특히 2007년 말에는 김 회장이 어 내정자에게 하나금융 후임 회장직을 제안, 성사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팔성 회장은 고려대 법대 출신. 하지만 어 내정자와 이 회장은 63학번 동기로, '말을 트고 지낼 정도'로 친분이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과 이 회장도 대학 선후배 사이로 오랜 세월 친분을 이어왔다.

동상이몽?

하지만 이제는 친구, 선후배를 넘어 M&A의 잠재적 파트너와 경쟁자가 된 상황. 그만큼 입장도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국내 최대금융그룹이자 가장 많은 실탄(자금)을 보유한 KB금융의 어 내정자는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선호한다. 그는 15일 내정 직후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는데다 주식교환 방식이 가능해 인수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반면 또 하나의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한 곳은 국내에서 KB밖에 없지만 가격이 높고 시너지도 없다"며 '관심 없음'을 선언했다. 그는 "산은금융지주도 대우증권 같은 알짜 회사를 지녀 매력적"이라고 말해 당장은 아니지만 관심을 갖고 있음도 시사했다.

김 회장은 우리금융과 합병을 최우선 순위, 외환은행 인수를 차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을 M&A하기 위한 검토작업은 이미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KB에 비해 약점으로 꼽히는 자금력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 그는 "우리금융에는 누구든 주식 교환이나 외부투자자를 끌어 들여야 하는 만큼 자금은 큰 변수가 아니다"며 "외환은행은 당장이라도 단독 인수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특히 KB가 우리금융과 합병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35%에 달해 과점문제가 야기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대신 '하나+우리'는 점유율이 25% 정도여서 보다 경쟁제한성이 적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고위소식통은 "우리금융 합병에 대해 KB보다는 하나 쪽이 훨씬 더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M&A의 대상인 이 회장은 상대적으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우리금융이 사실상 소멸되는 '인수'는 절대 있을 수 없으며 반드시 대등한 '합병'으로 가야 한다는 점 ▦합병을 하더라도 KB와 하나 중에서 KB가 낫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당장 합병이 어려울 경우 지분 분산매각을 통해 먼저 민영화한 뒤 합병 등으로 대형화에 나설 것"이라면서 "특히 우리금융보다 규모가 작은 하나금융과 합병하면 주체가 모호해 진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최종 승자는?

세 사람의 입장을 종합하면, KBㆍ하나ㆍ우리금융 모두 합병을 통한 통합을 1순위로 검토중인 셈이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메가뱅크'의 탄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여기에 차순위로 KB금융은 산은지주 또는 개별 증권ㆍ보험사 등을,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키는 역시 매각주체인 정부가 쥐고 있다. 다만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우선 매각개시 선언만 한 뒤 시장반응을 들어보고 최종 매각방법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선 누가 최종승자가 될지, 특히 김 회장과 어 내정자 가운데 누가 웃을지 예단키 어렵다. 자금동원력, 확실한 메가뱅크 탄생, 그리고 우리금융의 선호 쪽으로 본다면 어 내정자가 유리해 보인다. 반면 인수의지, 과점논란, 시너지효과 등으로 따진다면 ?회장 쪽이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경우 정부가 주인인 거래인 만큼 결국은 정부와의 교감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세 사람 모두 정부와 친분이 있는 만큼 협의를 통한 '빅 딜'을 이끌어 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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