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직도 고문 경찰이 있다니…인권위, 피의자 진정 조사… 수사 의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직도 고문 경찰이 있다니…인권위, 피의자 진정 조사… 수사 의뢰

입력
2010.06.16 08:42
0 0

경찰이 범죄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고문을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16일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범죄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고문피해를 당했다는 진정을 접수해 직권 조사한 결과, 강력팀장 등 강력팀 형사 5명이 피의자를 고문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관 5명을 폭행ㆍ가혹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고 경찰청에는 전면적인 직무감찰과 인사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양천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어서 검찰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3월 특수절도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던 이모(45)씨는 "양천서 형사가 범행을 자백하라며 입에 재갈을 물리고 스카치테이프로 얼굴을 감은 후 폭행했다"는 등의 고문 관련 진정서 3건을 지난달 인권위에 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양천서에서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이송된 32명을 면담, 22명이 고문을 당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들 대다수는 절도 피의자이며 일부는 마약사범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을 조사하면서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휴지나 수건으로 재갈을 물린 뒤 머리를 밟거나 뒤로 수갑을 채운 채로 팔을 꺾어 올리는 속칭 '날개꺾기'를 했다. 스카치테이프로 얼굴을 감아 엎어뜨린 뒤 등을 밟거나 머리를 방석으로 덮어놓고 짓누르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피의자도 있었다. 일부 피의자는 "고문을 당할 당시 비명을 지르자 양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고 형사들이 모두 일어나 경례를 하자 이 인물이 '살살 하라'고 말한 뒤 돌아갔다"며 경찰간부의 개입 또는 묵인 의혹도 제기했다.

인권위는 해당 피의자들의 구치소 입감 당시 의약품 사용내역, 팔꿈치 뼈가 부러진 진료기록, 깨진 치아사진 등을 고문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주로 피의자를 연행하는 호송차량 안과 강력팀 사무실 내 폐쇄회로(CC)TV가 녹화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고문이 자행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양천서는 이에 대해 "4월 초 자체 조사에서는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판명될 경우 인권위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반발했다. 양천서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마약에 취해 있는 상황에서 강하게 반발해 검거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해 제압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조사과정에서 (인권위 발표처럼)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검거 현장에 참여했던 한 경찰관도 "수갑을 채우기 위해 팔을 뒤로 꺾은 것을 (가혹행위로)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조사 과정에서 입에 재갈을 물리거나 수갑 채운 팔을 꺾어 올리는 등 가혹행위로 볼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력팀 사무실 CCTV 화면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달 26일 각도를 좀 조정했는데 은폐 조작이라 오해를 산 것"이라며 "객관적 진실을 의심 받을 만큼 (각도가) 꺾여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이날 정은식 양천서장과 해당경찰관 5명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감찰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인권위의 발표 내용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여건 조성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도 인권위 고발 즉시 수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아울러 피의자 인권을 더욱 철저히 보호하도록 전국 경찰에 긴급 지시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고문 행위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경찰이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