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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 민족분규는 계획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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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 민족분규는 계획된 범죄?

입력
2010.06.1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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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까지 최소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키르기스스탄 민족분규가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키스탄계의 해묵은 갈등에 의한 우발적 충돌 때문이 아니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치적 혼돈을 불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력이 정교하게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한 ‘계획 범죄’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 의 나비 필레이 고등인권판무관은 16일 “분규는 우발적으로 터진 것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특정 목표를 지목한 세력에 의해 촉발됐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필레이의 대변인인 루퍼트 콜빌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키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다섯 차례나 시민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키르기스 남부 오쉬 시내 병원의 부상자들도 ‘사전에 계획된 폭동’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가슴과 팔에 서로 다른 구경의 총상을 입은 테이뮤랏 유르다세프는 “총격전을 미리 대비한 듯한 장비와 무기로 완전 무장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총을 쐈다”며 “그들은 군인처럼 움직였고 저격병에 어울릴 무기들을 소지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유엔이 우발적인 사태가 아니라고 밝힘에 따라 지난 4월 권좌에서 축출된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는 키르기스 과도정부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치분석가인 마르스 사리예프는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사람들이 인종간 폭력을 배후에서 조종해 바키예프의 실각 후 잃어버린 마약 유통권을 되찾으려 한다”고 AP에 밝혔다.

이런 가운데 키르기스 과도정부는 공금유용 혐의로 수배를 받아오다 14일 영국 런던에서 체포된 바키예프의 아들 막심 바키예프가 민족분규의 배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과도정부 부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막심 바키예프는 이번 분규사태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지갑’으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로자 오툰바예바 정부수반도 “그(막심)의 범죄행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영국 정부에 막심을 추방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알려진 키르기스 남부지역 폭동은 15일 밤에도 오쉬 도심에서 포격과 총성이 이어져 여전히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신들은 “폭동이 장기화될 경우 혼란을 틈타 주변 이슬람무장단체가 세력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16일 로버트 블레이크 중앙아담당 차관보를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에 급파해 구호 상황 등을 파악하기로 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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