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일본 축구를 살렸다.'
14일 밤(한국시간) 남아공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일본이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을 1대0으로 눌렀다. 승전보의 주인공은 혼다 게이스케. 이날 승리는 일본에 있어 월드컵 원정 첫 승이어서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일찌감치 대표팀 최연소(24) 선수로 일본 축구의 '신성'으로 통하던 그는 하루 아침에 국민적 영웅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일본축구 역사를 다시 썼다"며 혼다를 치켜세울 정도다.
이번 골이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전부 이렇지만은 않았다. 또 다른 별명'빅마우스'가 시사하듯 항간에선 '말이 많은 아이', '건방진 아이'로도 회자됐다.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일본은 4강에 간다"고 했을 때 "우리의 목표는 4강이 아니라 우승"이라고 한 건 유명한 일화. 또 팀에 세계 최고 수준의 왼발 프리키커 나카무라 슌스케(32)가 있지만 "이 각도는 나한테 맞다. 나한테 시켜라"고 감독에게 말했을 정도다.
어려서부터 네덜란드 등에서 선진 축구를 익힌 뒤 해외(CSKA 모스크바)서 활약하고 있는 그가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왕따'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하지만 탄탄한 실력 탓에 감독이나 국민들은 혼다에 대한 신뢰를 거둘 수 없었다. 말만 앞섰던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한 재일동포는 "전형적인 일본 신세대의 모습"이라며 "아주 좋진 않지만 싫어할 수 없는 선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골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혼다 극찬 일색이다. 닛칸스포츠는 '혼다가 해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전면에 실으며 "혼다가 소중한 기회를 왼발로 냉정하게 차 넣어 승리를 이끌었다"고 평했다. 스포츠호치도 '혼다가 끝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FIFA랭킹 45위의 일본이 19위의 카메룬을 꺾고 원정 월드컵 6전 무승에서 탈출했다"며 "24살 청년이 4년 전 카이저슬라우테른의 비극(독일대회에서 호주에 1-3으로 역전패)으로부터 탈출시켰다"고 전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