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와 미 의회도서관은 지난해 4월 세계디지털도서관(www.wdl.org)을 출범시켰다.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 지적 성취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를 한 데 모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만든 사이트다. 미국이 제안하고 주도해서 만든 이 국제 프로젝트에는 현재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ㆍ북미,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26개 국의 국립도서관, 대학, 연구소, 국제도서관연맹(IFLA) 등 6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한 고서ㆍ지도ㆍ사진ㆍ영상ㆍ녹음 자료 등 1,500여 점을 7개 언어로 해설을 붙여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한국은 올해 1월 가입, '동의보감' '오륜행실도' '석보상절' 등 조선시대 인쇄본 7종을 제공했다. 내용을 하나하나 볼 수 있도록 전부 스캔해서 디지털 파일로 보냈다.
미 의회도서관의 존 반 오더나렌 세계디지털도서관사업국장은 "세계디지털도서관은 세계 각국이 자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해 엄선한 콘텐츠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라며 "한국도 흥미롭고 중요한 콘텐츠를 많이 제공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더나렌 국장은 국립중앙도서관이 디지털도서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14~16일 개최하는 국제회의 참석차 내한, 15일 기조발표에서 이 프로젝트의 현황과 전망을 소개했다.
세계디지털도서관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문헌들은 희귀본이 대부분이다. 개설 이후 총 방문객은 968만여 명, 교사와 학생이 많다. 전체 사용자 중 89%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접속했다. 그러나 생긴 지 1년밖에 안돼 아직까지는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콘텐츠의 양이 빈약한 편이다. 한국이 제공한 자료는 번역작업 중이라 하반기나 되어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오더나렌 국장은 "앞으로 영어권 외의 자료 등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확충해 웹의 문화다양성을 확대할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디지털도서관은 인터넷이 기반이다. 따라서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접근 자체가 어렵다. 이러한 디지털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세계디지털도서관의 주요 사명 중 하나다.
오더나렌 국장은 "세계 193개 국 중 100개 국 정도는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능력이 없다. 우리는 이들 나라가 자국의 디지털도서관을 만들 수 있도록 기술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집트, 이라크, 우간다, 러시아, 브라질 등에 이를 위한 투자를 했고, 앞으로 대상국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시아 여러 나라와 아프리카, 인도 등 PC 기반의 인터넷 사용자가 적은 지역에서는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로 세계디지털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2015년까지 이 프로젝트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 출범 당시 브라질이 재정적으로 가장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세계디지털도서관은 유엔 공용 6개 언어와 브라질 국어인 포르투갈어로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도서관을 만들고 있는 구글도 이 프로젝트에 3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뉴욕 카네기재단,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100만~200만 달러씩 후원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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