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깔끔해 조선의 유교 미학을 대변하는 백자항아리 100여 점을 모은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5일 상설전시관 3층 백자실에서 개막, 11월 14일까지 여는 '백자항아리-조선의 인(仁)과 예(禮)를 담다' 테마전이다.
이번 전시는 국보 170호 '백자 매화 대나무 새 무늬 항아리(白瓷靑畵梅竹鳥文壺)', 보물 147호 '백자 달항아리(白瓷壺)'를 비롯, 일상생활용 항아리와 왕실에서 사용했던 항아리를 많이 선보인다.
왕실의 백자항아리는 의례용 항아리인 용준(龍樽), 아기의 태(胎)를 담아 묻었던 태항아리, 죽은 이와 함께 부장품으로 무덤에 묻은 명기(明器) 등을 망라했다. 특히 정조의 형인 의소세손, 아들인 문효세자, 후궁인 원빈 홍씨, 누이동생인 청연공주 등의 부장품은 조선 후기 왕실의 명기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유물들은 일제 당시 서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무덤이 이장되면서 발굴됐다. 명기에 항아리가 포함된 것은 죽은 이의 사후에도 삶이 지속되기 때문에 저장용기가 필요하다는 내세관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또 서울에서 출토된 항아리를 많이 선보인다. 남대문로에서 나온 백자항아리는 푸른 빛을 띤 백색 유약이 단아한 분위기를 풍기며, 중학동에서 발견된 뚜껑 있는 용 무늬 항아리는 17세기 용 문양을 보여준다. 관철동에서 나온 '백자 매화 대나무 무늬 항아리'는 조선 전기 청화백자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서울 출토 항아리는 대부분 관요(官窯)에서 만들어진 고급품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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